맨처음 상괭이라는 이름만 듣고는 그게 어떤 동물인지 감이 안 잡혔다. 뉴스를 보도하는 앵커가 상괭이를 언급할 때만해도 삵처럼 고양이 비슷한 야생동물이겠지 싶었던 것이다. 나의 무지가 여지없이 드러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텔레비전의 화면에는 돌고래 비슷한 녀석들이 시체가 된 채로 배를 드러내고 있었다.

나중에 백과사전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상괭이는 쇠물돼지라고도 하는 녀석들이다. 얕은 바다와 하구에 서식한다고 했다.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 살고 있는데 인도양 연안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희망봉 근처의 해안에도 분포한다고 했다. 민감해서 작은 상처에도 쉽게 죽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상괭이가 어부들에게는 친숙한 동물이라는 것도 알게 됐고 또 멸종 위기종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때 아니게 상괭이가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새만금 해역에서 많은 상괭이가 시체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것도 내부 개발이 진행 중인 새만금 방조제 안쪽 해역에서 100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채 발견됐으니 보통 사건이 아니다. 상괭이가 그물에 걸리거나 기름 오염 때문에 한두 마리씩 죽은 채로 발견된 사례는 있지만 이번처럼 집단 폐사된 채 발견된 적은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 상괭이들은 무슨 까닭으로 거기 떼로 죽게 된 것일까. 군산해경에 따르면 상괭이의 몸에 불법 포획의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자연적인 이유로 죽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참 묘하게도 재미있는 것이 있다. 상괭이의 죽음을 놓고서 서로 상반되는 진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국농어촌공사의 새만금사업단은 어민들의 불법그물이 원인이라고 말하고 있고 어민들과 환경단체에서는 새만금개발을 위해서 무리하게 수위를 낮추어서 초래된 생태 재앙이라고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상괭이들이 그물에 걸린 채로 죽어 있었기에 새만금사업단의 지적도 맞고 수문을 닫아 염도가 떨어져 지난 한파 때 얼어붙은 호수 안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녀석들도 많으니 어민들과 환경단체의 반박도 맞는 것 같다.

상괭이가 어떻게 생긴 녀석들인지 알기 위해서 인터넷 화면을 뒤졌다. 얼굴을 보니 일반 돌고래하고는 확실히 다르게 생겼다. 얼굴이 짧고 둥글어 둔하게 느껴지는 것이 꼭 법이 없어도 아무 문제 일으키지 않고 착하게 살 것만 같은 시골 사람 인상이다. 그런데 그 상괭이들이 우리 고장의 새만금 내부 해역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다. 미안한 마음을 안 가질래야 안 가질 수가 없는 것이다.  / 논설위원 이 희 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