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은 그냥 이뤄진 것 같지만 반드시 발생 원인이 있고, 그 원인에 따른 과정이 있고, 또 그에 따라 결과가 나온다. 그렇게 순환한다. 인생사를 포함한 세상 만사의 이치가 그렇다. 불가에선 이를 업보로 풀이한다. 6도윤회를 강조하며, 선행으로 좋은 업을 쌓으라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기독교도 심은대로 거둔다는 가르침을 펴보인다. 유교 경전의 하나인 주역에서도 적선지가 필유여경 적불선지가 필유여앙(積善之家 必有餘慶 積不善之家 必有餘殃―선행을 많이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자손에까지 경사가 미치고 악행을 거듭하는 집안에는 자손대대에 이르기까지 반드시 재앙이 미친다의 뜻)이라고 했다.
 아무튼 하찮은 풀 한 포기의 현현(顯現) 조차도 원인이 있고 과정이 있기 마련이다. 그 필연의 원인과 과정이 잘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고 유독 드러나는 수도 있어 사람들이 반신반의하거나 잘 모를 뿐이다.
 그러나 누구, 어떤 사안이나 사물을 막론하고 현현의 상태나 모습을 깊게 고찰하면 반드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원인과 과정을 살필 수 있다. 쉬운 예를 들면, 오늘 날 빚에 허덕이는 사람들은 지난 날 반드시 분수에 넘치는 일을 저지른 탓이고, 세상 야박을 원망하는 사람들은 과거 자신이 세상을 박정하게 살아온 탓이다.
 그러기에 지혜로운 사람은 늘 자계(自戒)하며 불선(不善)이나 악, 혹은 원한의 씨를 절대심지 않는다. 그러나 물질중심의 목전 이득 추구가 절대선(善)이 돼버린 신자유주의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의 삶은 안타깝게도 그런 점을 용납지 않는다. 성찰 없이, 그저 물질우위의 도치된 가치관 속에 오로지 더 많은 소유를 위한 모두의 몸부림만 있을 뿐
이다. 이런 것들이 하나 같이 훗날의 재앙으로 이어질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에 대한 성찰은 조금도 없다. 아무튼 재앙 잉태의 삶이 두려울 따름이다. / 서재철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