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체육회 출범 2. 물리적 통합 이뤘지만…멀고도 험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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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동안 분리 운영되던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한지붕 아래 뭉치면서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의 새 페이지가 열렸다.
두 단체는 대한민국 체육계의 발전과 선진 시스템 구축이라는 원대한 목표와 함께 물리적 통합을 이뤘지만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어 '화학적 통합'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공동 수장 업무분장 제대로 이뤄질까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끝나고 오는 10월31일 새로운 회장 선출 기한때까지 대한체육회를 이끌 김정행·강영중 공동회장의 업무 분장을 결정했다.
앞으로 김정행 회장은 국제체육과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위원장 직무를 담당한다. 김 회장은 국가대표 등 엘리트선수 훈련 지원과 국제종합대회, 생활체육 국제교류 등을 총괄하며 대의원 총회를 진행한다.
국내체육 업무를 담당키로 한 강영중 회장은 전국체전 등 종합체육대회와 시도·종목별 대회, 학교체육대회 관련 업무 등을 수행한다. 이사회를 주재한다.
조직 인사와 직제, 예산 등의 업무는 공동 회장이 상호협의해서 처리키로 했다.
분업화된 분야는 그 동안 각 단체가 주도적으로 해오던 업무다. 엄밀히 이야기해 각자의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공동 회장체제에서도 철저히 분업화를 이룰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조직 인사와 직제 개편, 예산 등의 업무는 서로의 공통 업무다. 여전히 이해관계가 엇갈려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에 양보를 바라기란 쉽지 않다.
두 단체의 통합으로 예산 규모는 연간 4200억원을 넘어선다. 올해 엘리트 체육 분야 2700억원, 생활체육 분야 950억원, 시·도 생활체육지도자 급여와 육성 등에 620억원 가량이 투입될 예정이다.
인사권도 중요한 문제다. 어느쪽 입김이 더 많이 작용하느냐에 따라 통합 체육회에서의 각자의 위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인사와 관련된 난맥상은 이미 드러났다. 요직인 사무차장 인사가 번복되는 촌극이 빚어졌고, 통합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눈밖에 난 기존 대한체육회 간부급 직원들의 대기발령 사례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직급·직제 개편도 문제…'勞-勞' 갈등 우려
직원간 직급 문제도 시급히 해결이 필요하다. 두 기관이 합쳐진 만큼 직원들간 급여나 인사에 있어서도 차별성을 두어서는 안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지난 공동회장 취임식과 함께 열린 직원 상견례 자리에 기존 대한체육회 노조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통합 체육회 직제 개편의 부당함에 항의하고, 이를 시급히 바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기존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직원들의 채용 과정과 급여체계, 승진 근속 연한 등에 있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체육회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 대한체육회는 철저히 공채 과정을 거쳐 직원 채용이 이뤄진 반면, 생활체육회는 단체 특성상 특별 채용을 주로 이용했다.
대졸 신입사원의 직급도 대한체육회는 8급부터 시작하는 반면, 생활체육회는 7급으로 출발하면서 진급이나 보수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인다.
이같은 두 단체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직급을 수평적으로 개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두 회장도 각기 다른 입장이다. 김정행 회장은 "어느 한쪽이 불이익을 당하면 안 된다"는 입장인 반면, 강영중 회장은 "두 단체의 보수가 달라도 그만큼 실적이 있다면 예우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적인 통합은 이뤘지만 온전히 하나의 단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자칫 한 지붕 아래 두 가족이 불안한 동거를 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김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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