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대포통장을 모아 중국의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에 넘긴 3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전주덕진경찰서는 29일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의 사주를 받아 대포통장을 모집해 인출책에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로 조모(35)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해 12월11일부터 최근까지 총 60회에 걸쳐 전국에서 300개의 대포통장을 모아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는 지난 24일 오전 8시 15분께 강남고속버스터미널 호남선과 경부선 버스수화물센터에서 1택배 박스 13개를 찾아 자신의 차량에서 박스를 열어 15장의 체크카드를 분류하다 잠복 추적중인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검거 현장에서 조씨가 갖고 있던 체크카드 15점, 대포통장 2점, 대포폰 4대 등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조사결과 조씨는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일당 2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대포통장 모집 총책을 맡아 범죄에 가담해 총 163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를 받은 조씨는 급전이 필요한 박모(45)씨 등 13명에게 접근해“은행계좌를 빌려주면 거래금액의 10%를 주겠다”고 속여 대포통장을 모집했다.

조씨에게 속아 통장과 체크카드를 개설한 박씨 등은 박스에 담아 전국 각지의 고속버스 터미널 수하물 우편서비스를 통해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보냈고, 조씨는 수화물 번호를 확인하는 간단한 과정을 거쳐 우편을 수거해 이를 다시 보이스피싱 조직 인출책에게 건네는 방식으로 전화금융사기에 가담했다. 

경찰조사에서 조씨는“겨울철에 일이 없어 인터넷을 통해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대포통장 모집하는 일을 시작하게 됐다”며“의외로 수익이 많아 일을 그만둘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대포통장 양도자의 경우 대가를 바라고 양도한 것이기 때문에 처벌을 피할 수 없다”며“최근 피해자가 직접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해 보관하게 하고, 이를 다시 훔치는 수법과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를 만나 돈을 건네받는 수법 등 보이스피싱 사기가 지능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경찰은 조씨에게 압수한 증거물을 분석하고 현금 인출책, 통장 양도자 등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안진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