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군청 등 자치단체 10곳을 상대로 이중장부를 만들어 국고보조금 수십억원을 가로챈 원예시설업자와 농민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4일 허위 서류를 작성해 원예단지 국고보조금을 가로챈 혐의(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시설업체 대표 정모(5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정씨와 공모해 보조금을 부풀려 타낸 김모(49)씨 등 시설업자 20명과 백모(76)씨 등 농민 60여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09년부터 전주와 임실 등 전국 10곳의 지자체 원예농가에서‘원예전문단지 시설현대화’사업을 추진하면서 허위로 작성한 서류를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수법으로 총 207회에 걸쳐 국고보조금 62억원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들은 정부가 수출 원예전문단지 증?개축 비용의 절반을 보조금으로 지원한다는 점을 악용, 공사비를 부풀려 보조금만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남은 잔액을 착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또 공사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는 자재비 원가를 부풀려 책정하고, 실제 공사에는 질이 떨어지는 자재를 사용하고 공사에 투입된 인부 수를 늘는 등 거짓 서류를 작성해 국고보조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정씨 등 시설업자들은 원예농민들에게 접근해“돈 한푼 안 들이고 시설을 새로 지어주겠다”며 범행에 가담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이들은 원예시설비의 절반은 자부담으로 처리해야 하는데도 시설비 전액을 국고보조금으로 충당하고, 잔액은 착복해 부당이득을 거뒀다. 

경찰은 지난 2014년 2월 원예단지에서 농민과 시설업자들이 국고보조금을 편취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지자체 사업서류와 보조금이 지급된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이들의 범행을 밝혀냈다. 

전북경찰청 김현익 광역수사대장은“이 사건은 국고보조금 지원사업의 허점을 노려 시설업자와 농민들이 공모해 이면 계약을 한 뒤, 허위 서류를 제출해 보조금을 부풀려 타낸 것”이라며“해당 지자체에 보조금 회수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건을 통보하고, 이같은 범죄가 또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에 연루된 관계자들은 법원 판정에 따라 추징금을 징수하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과 제2항에 의거 3년 이상의 징역,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 제40조에 의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안진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