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이 아니라 단 한 페이지를 읽어도 뭔가 느낌이 있는 삶에 조금이라도 한 발 다가갈 수 있다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매일 함께 책을 한 페이지라도 읽어가는, 그런 부드러운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조정훈 PD는 14일 서울 연남동의 북카페에서 열린 KBS 1TV 'TV 책을보다-김창완과 책읽기' 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가수 김창완과 박복용 CP, 정승만 PD 등이 참석했다.

조 PD는 "책 프로그램 담당PD이지만, 책을 많이 읽고 탐닉하는 사람은 아니다"며 "돌아보면 오독이나 잘못 산 책이 나의 독서생활을 기록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국민의 독서율이 최저 수준이더라. 과연 우리의 일상, 삶이 책을 벗하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운지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팍팍한 삶 속에서의 독서란 무엇인지 말하고 싶었다. 책을 읽지 않는다고 비난하기보다는 그 시간에 단 한 페이지라도 같이 읽어나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

박 CP는 "예전에는 평론가, 저자, 전문가들이 와서 책에 대해서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일반사람들이 책을 논한다"며 "매주 6명 정도 섭외했다. 책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자기 생활에 바쁜 사람도 있다. 

어떤 책에 대한 평론가들의 서평이 다 다르듯 책을 읽는 느낌이 여섯 명 독자들 모두 다 다르다"고 전했다. "'책이 말을 한다'고 생각한다. 나한테, 그리고 라면가게 주인, 우리 모두에게 말을 한다고 생각한다."

조 PD는 "앞으로 독자들과 함께 하는 책읽기가 어떤 느낌일지 아직은 미지수다. 이것이 슬로 리딩이라고 할 수 있는지, 또 다른 형태의 책 읽기라고 할 수 있는지 가슴이 떨린다"고 말했다. 

"방송에 어떤 책을 소개해서 이슈가 되는 것도 좋지만, 그것이 우리 프로그램의 목표는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독서를 끌어올리는 게 우리의 목표다. 이 프로그램에 시청자들이 애정을 가져주길 바란다." 또 "책을 권할 수 있지만 강요하지 않는 사람이 누굴까 생각했다. 

바로 가수 김창완이 우리 청춘, 독자들에게 책을 강요하지 않고 부드러운 숨결로 책을 권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가 싶었다. 어려운 선택을 해줬다"고 소개했다.

김창완은 "사실 이 책 프로그램을 진행하라는 이야기를 듣고서 '나처럼 책 안 읽는 사람한테 왜 이런 것을 시키느냐' 그랬는데 어쩌면 '나에게도 이게 좋은 기회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직은 안 늦었을지도 모른다. 세 판 진 이세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요즘 진짜 반강제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보니까 정말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 생각해주는 게 우리 가족, 친구, 형제들뿐만 아니라 미국의 저명한 교수일 수도 있고, 소설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그 걸 책이 아니면 어떻게 느꼈을까 싶다.

" 아울러 "책이 주는 중압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며 "'책 하면 공부, 공부 하면 스트레스' 하는 연상작용을 끊어봤으면 좋겠다. 이제는 참고서에 형광펜까지 쳐져서 나온다고 하더라. 결론을 위한 책이 아니고, 우리네 삶 같았으면 좋겠다. 물론 정보를 얻기 위한 책도 있겠지만, 그 과정 자체를 담고 싶다"고 바랐다.

조 PD는 "요즘 공부를 잘하고 머리가 좋을 학생일수록 토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선생님이 요점만 말해주길 원한다. 시니컬한 문화 속에서 책 읽기 과정에는 모두가 관심이 없고, 독서 포인트만 알려달라고 하는게 아닌가 싶다. 책 읽기 과정을 복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각계에서 성실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타인에게 책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책 읽기 과정에 정말 뛰어들어서 일주일에 한 페이지라도 읽어가는 동료이자 우군이라고 생각한다. 제작진이 '어떤 책을 보라 또는 보지 마라'고 추천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 싶다."

박 CP는 "운동을 하면 몸에 좋은데, 운동은 막상 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트레이너와 같이 운동을 하기도 한다"며 "남자들은 잘 웃는 트레이너와 운동하면 능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책은 몸 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좋다. 책을 읽는 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김창완과 함께 읽을 사람으로 6명의 독서단을 꾸렸다. 함께 책을 읽는 재미를 느끼고 우리의 마음도 훈훈하게 했으면 좋겠다."

프로그램의 주안점은 시청자들이 이미 완독한 것을 전제하지 않고, 새로운 책이 펼쳐가는 세상 속으로 함께 나아가는 독서다.

/정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