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가 양성옥 교수(62·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원·위 사진)에 대한 태평무(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보유자 인정 결정이 미뤄졌다. 이에 따라 3년 간 공석이던 태평무 보유자 인정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문화재청은 11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무형문화재분과 회의에 양 교수에 대한 태평무 보유자 인정 안건이 상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건을 심의할 문화재위원 가운데 불공정한 심의를 할 우려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해당 위원의 기피신청 적격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상정조차 되지 않은 것이다. 

양 교수에 대한 태평무 보유자 인정 논란은 장기전으로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이 28일부터 시행되는데 이를 통해 새로 소위원회를 구성한 뒤 관련 논의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태평무는 왕과 왕비가 나라의 태평성대를 축원하는 춤을 재연한 것이다. 1988년 12월1일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로 지정됐다. 명무 한성준(1874~1941)에 이어 태평무를 전승해온 강선영이 지난 1월 91세를 일기로 별세하면서 명예 보유자 공석 상태가 됐다. 태평무 보유자는 3년여 간 공석이었다. 

강선영의 제자로는 이현자(80·아래 사진) 전수조교, 이명자(74) 태평무 전수조교, 그리고 양 교수가 있다. 양 교수가 선배들을 제치고 보유자로 인정받자 한편에서는 양 교수가 태평무뿐 아니라 신무용에 일가견이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와 함께 평생 춤에 매진해온 원로를 푸대접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왔다. 또 심의 의원 명단이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36개 단체로 구성된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에 대한 무용인 비상대책위원회'가 문화재청에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결국 이 전수조교는 10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태평무 보유자 지정 철회 촉구'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그녀는 "태평무의 원형을 지켜온 64년 외길 춤인생이 문화재청의 공정치 못한 행정으로 짓밟혔다"며 "서양춤의 변형인 신무용 계승자에 대한 태평무 보유자 지정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 전수조교는 1인 시위 후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수석실·문화체육비서관실 행정관과 면담을 했다"며 "문화재청 측에 재검토를 하도록 했다고 말씀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11, 12월 심사 당시 태평무와 달리 보유자 예고가 되지 않았던 승무·살풀이춤에 대해서 문화재청은 "조사결과를 새 법률 시행 이후 구성되는 소위원회에서 우선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