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이나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전화금융사기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돈을 뜯어낸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전주지법 형사5단독은 3일 보이스피싱 총책에게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전달한 혐의(사기)로 기소된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홍모(29)씨와 이모(26)씨에게 각각 징역 2년10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배상을 신청한 피해자들에게 편취금 3억5235만원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재판부는“피고인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범행을 통해 실제 얻은 이득은 편취금액 중 일부에 불과한 점, 피해자들에게 각 400만원씩 공탁한 점 등은 인정되나 피해자들이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바란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했고, 피해회복이 온전히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홍씨 등은 지난해 8월 19일부터 열흘간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의 전화를 받은 피해자들을 전북, 광주, 대전, 서울 등에서 직접 만나 검찰 수사관이나 검사,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A씨 등 6명으로부터 4억 2000만원을 건네 받아 총책에게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앞서 보이스피싱 총책은 A씨 등에게 전화를 걸어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사칭해“명의도용 사건이 발생해 예금이 인출될 위험이 있어 이를 현금으로 찾아 우리가 보낸 금융감독원 직원을 통해 건네주면 현금코드를 확인하고 다시 돌려주겠다”고 속여 현금 수거책 홍씨 등에게 돈을 받아오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이스피싱 총책의 지시를 받은 현금 수거책 홍씨 등은 피해자들을 직접 만날 때도 실제 검사처럼 보이기 위해 검정 바지와 흰 와이셔츠를 착용하고 피해자들을 만났으며, 가짜 금융위원회 서류를 준비해 제시하기도 했다.

홍씨 등은 ‘고액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를 보고 연락해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가짜 금감원 직원 신분증, 위조서류(금감원발행 현금보관증), 정장 등을 받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중국 조직원과 주로 SNS로 연락하며 전국의 피해자들을 찾아가 돈을 건네받은 후 이를 다시 서울에 있는 조직원에게 건네주고 피해금액의 3~4%를 수고비로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피해자 집 근처에 설치된 CCTV를 분석해 이동경로를 추적, 기지국 통신수사 와 공조수사 등을 통해 주거지에서 잠복한 끝에 이들을 검거했다.

/박용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