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장군의 발톱'으로 유명한 극작가 박조열(86)씨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고인은 지난 몇년간 신부전증으로 투병해왔다.

1930년 함남 함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광복 후 한국 희곡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극작가다.

드라마센터 연극 아카데미(현 서울예술대학) 연구과를 수료한 그는 데뷔작 '관광지대'(1963)나 동아연극상 희곡상을 수상한 '토끼와 포수'(1964) 등에 세련되고 섬세한 유머 감각을 도입, 60년대 연극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가면과 진실', '조만식은 살아있는가' 등으로는 사실주의 극과는 다른 양식을 제시하며 한국의 새뮤얼 베케트로 평가받기도 했다. 

특히 1974년 발표한 '오장군의 발톱'은 6·25 동란 당시 최전방에서 복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혈육, 고향을 향한 그리움과 평화의 열망을 담았다.

1975년 극단 자유극장이 명동국립극장(현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을 준비했으나 개막 전 공연불가 판정으로 막을 올리지 못한 작품이다. 14년만인 1988년 극단 미추에 의해 공연됐다. 그해 백상예술대상 작품상, 희곡상, 연출상 등을 수상했다. 1992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제1회 태평양 국제연극제, 1994년 서울 제1회 베세토연극제에 초청받았다. 2008년에는 일본에서 일본어로 공연되기도 했다

 고인은 연극 논객으로서도 이름을 날렸다. 특히1986년 공연법의 위헌성을 최초로 공개 제기했다. 이후에도 공연법 개폐운동을 꾸준히 주도, 1991년의 공연법 개정에 기여했다. 

1970년대에 시작한 한국극작워크숍과 강단을 통해 후진 양성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겸임교수를 지냈다. 동아연극상 대상과 희곡상(1965), 대한민국 방송대상 극본상(1981), 문화훈장 옥관장(1999), 카이로 국제실험연극제(CIFFT) 공로상(2000) 등을 받았다. 2005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됐다. 

희곡집 '이 긴 두사람의 대화'(1974)와 '조만식은 살아있는가 '(1976), 평론 '그 한계 상황과 개선책'(1985)과 '표현의 자유'(1985) 등을 펴냈다. 

아들 박현섭씨 등을 남겼다. 여의도성모병원 장례식장, 발인 23일 오전 8시, 장지 서울시립승화원. 02-3779-1526

/안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