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중호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지자체마다 설치를 지원하고 있는 우수저류조 시설이 빗물을 가두기 위한 용도보다는 지하주차장 용도로 병행 시공돼 국민안전처나 감사원의 적극적인 지도단속이 요망된다.

이는 범국가적인 차원으로 빗물을 관리해 침수피해 방지는 물론 물부족 현상에 대비하기 위한 우수저류조 시설비의 50%를 지자체에 지원하고 있지만 지자체들이 본래 목적대로 시공하지 않고 있어 전반적인 감사가 요망되기 때문이다.

전주시와 순창군의 경우 올해 우수저류조 시설을 발주하기 위해 현재 설계중에 있으나 이들 시군은 지하 2층에 우수저류조, 지하 1층에 주차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하지만 우수저류조 지상에 주차장을 건설하는 것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예산을 전용해가면서까지 고비용의 별도 지하주차장을 건설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행정행위다.

현행 주차장법에서 지하 주차장 높이는 주차 바닥면으로부터 2.3미터 이상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우수저류조 건설을 위해서는 땅을 최소한 3미터 정도 더 깊이 파야함으로써 엄청난 예산낭비 요인이 된다.

또 완주군에서 추진하고 있는 우수저류조 설치 사업의 경우 전체 사업비가 120억원 규모(국비 50%, 군비 50%)인데, 실제 자연재해 방지 목적의 우수저류조 시설에 투여될 예산은 불과 3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완주군의 우수저류조 사업은 추경예산으로 긴급 편성돼 자연재해 관련 예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예산이 자연재해 방지와는 무관한 지하 주차장 건설이나 문화행사 관련 지상 건축물 등을 건설하는 데에 사용될 계획이다.

따라서 우수저류조 건설 예산의 전용이 적법한지 여부에 대해 감사원이나 국민안전처의 적극적인 조사가 절실하다.

더구나 완주군이 계획하고 있는 지하 주차장의 경우는 독립된 주차장이 아니라 비우기(非雨期)에 우수저류조 자체를 주차장으로 활용할 예정이어서 예기치 못한 국지성 집중호우가 발생할 경우 인명 및 차량 피해가 우려된다.

게다가 주차장법 시행규칙 제6조는 지하주차장에 폐쇄회로나 텔레비전 및 녹화장치를 포함한 방범설비를 설치토록 하고 있으나 완주군 우수저류조처럼 잠수되는 공간에 이를 설치해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도내의 경우 이미 군산, 김제, 남원, 익산, 정읍, 완주에서 국비를 지원받아 우수저류조를 설치했거나 설치하고 있다. 그중 일부에서는 공사 진행중  문제가 발생해 재판이 진행되기도 하고 사업 심사 과정과 설계 과정에서 비리가 적발돼 관계자들이 처벌을 받기도 했다.

이는 자치단체가 동일한 공법과 설계를 무리하게 적용함으로써 일부 공무원들의 일탈로 이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우수저류조 시설과 관련된 20여가지 공법들은 기존에 시공된 콘크리트 일변도의 고비용 저효율에서 크게 기술이 향상됐지만 일부 지자체 공무원들이 낡은 방식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국내 우수저류조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영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