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가 현대미술가의 독특한 시선으로 재탄생 됐다.

2016년을 맞아 새롭기 기획된 '백제의 재발견_현대미술 리포트' 전시가 2월 14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1~5전시실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는 김범석, 김윤식, 김인경, 박경식, 박방영, 박인현, 박하선, 서기문, 서용선, 윤남웅, 이상조, 이성원, 이승우, 이진경, 이철규, 이철량, 이희춘, 임동식, 정운학, 최재석 등 총20명의 작가가 참여해 '백제'를 재해석하고 현대미술과 실존했던 역사를 매치시켜 새로운 미술작품으로 탄생시킨 총98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2011년 성곡미술관에서 '내일의 작가상'을 수상한 김범석 작가는 익산 왕궁리 5층 석탑에서 느낀 감정을 형상화한 '백제의 숨1-왕궁리'를 선보인다. 김범석 작가는 석탑과 소나무를 통해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지금도 여전히 땅 밑에 머무르면서 그 숨결을 고르고 있을 수많은 백제 유물들을 작품으로 드러냈다.

김윤식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고마나루 전설'을 출품한다. 이 작품은 공주 무령왕릉 서쪽으로 전개되는 낮은 구릉상의 금강변과 나루터 일대, 연미산 지역을 아우르는 사적인 고마나루를 기반으로 총각과 처녀곰에 얽혀 상상 속의 짐승들이 평화스럽게 노닐고 있는 모습으로 제작됐다. 

또한 조선대 미술대학 김인경 교수는 백제의 유구했던 역사와 찬란했던 문화를 영속성이라는 주제로 연결한 'Silent Voyage(고요한 여행)'이라는 작품을 들고 왔다. 독특하고 밀도 있는 작품 구성력을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은 캔버스, 천 등의 혼합재료를 사용한 설치 작품으로 10점의 조형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끝없이 흘러가는 형상을 표현하고 있다.

우리지역을 대표하는 부안출신 박경식 작가는 '고래의 꿈'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선보인다. 자연에 대한 집요한 집착과 통찰을 나뭇가지를 이용해 담아내고 있는 박경식 작가는 '고래'라는 소재에 주목해 1,400여년전 그 어느 시기보다 찬란하고 우수한 문화를 꽃피웠던 고대국가이자 해상왕국을 꿈꿨던 백제를 거대한 고래에 비유했다. 

다수의 국외 전시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박방영 작가는 장지에 먹, 아크릴, 펄, 금 등 혼합재료를 사용해 백제 무왕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서동과 선화공주 연애사건 1,2'를 표현해냈다. 특히 이 작품은 이야기의 내용을 보고 읽기 편하도록 상형문자로 그려진 그림을 통해 작가의 예술성과 창작력을 드러내고 있다.

전북대 예술대학 박인현 교수는 120호 평면작품 5폭에 우리 고유의 매체인 먹과 전통의 오방색을 방위별로 적용한 '왕도 익산'을 선보인다. 박 교수는 음양오행설을 기반으로 각 방위별로 백제 무왕의 왕궁 터를 중앙에 두고 동쪽에 제석사, 서쪽에 쌍릉, 남쪽에 금만평야, 북쪽에 미륵사지를 설정해 작품을 제작했다.

2001 월드프레스 포토 어워드를 수상한 박하선 작가는 중국 낙양에서 촬영한 백제의 마지막왕인 의자왕의 무덤자리 사진작품을 전시한다. '의자왕'은 태자를 비롯한 여러 신하들과 함께 당나라로 끌려가 장안에 도착하기 전에 낙양에서 고된 나날과 실의에 찬 나머지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전남대 예술대학 서기문 교수는 영욕의 역사를 그대로 안고 흘러내려온 금강을 배경으로 그 위에 백제의 미소로 대표되는 서산마애불을 조명한 작품 '찬란한 여명'을 들고왔다. 서기문 교수는 "조화롭고 균형 잡힌 형태와 우아하고 세련된 조각 기술 등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대작으로 꼽히는 4,8m×7.5m 규모의 '무왕(武王)'은 서용선 작가 손에서 탄생됐다. 서용선 작가는 새로이 발굴되는 역사의 유적과 구전되는 내용의 장면을 담기위해 오래된 사진을 바탕으로 전해져오는 내용을 상상해 화폭에 담아냈다.

중국 노신미술학원 중국화부에서 석사를 졸업한 윤남웅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600년 백제 왕조가 이웃나라에 의해 패망했던 역사를 조명한 설치작품 '백제찬가(百濟讚歌)'를 발표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승자의 역사에 상대적으로 생략됐을 수도 있는 백제역사에 대한 단편적인 기록들과 백제의 후예로서 긍지를 갖는 삶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사유하게 하고자 했다.

전북대 이상조 교수는 백제유물의 이미지를 콜라주해 텍스트와 결합시킨 15개 정방형의 작은 작품들을 병치한 '이어지다 1,2,3'시리즈 작품을 선보인다.

이성원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백제의 백성을 질긴 생명력을 지닌 잡초에 비유한 '민초(民草)' 설치작품을 전시한다. 이 작품은 익산, 공주, 부여, 서산에서 채취한 서로 다른 종류의 풀잎과 나뭇잎 99개가 A4 크기의 시멘트에 담겨있다.

미술평론가이기도 한 이승우 작가는 백제시대 건립된 산사에서 마주친 정교하고 세련된 창살 무늬를 재해석한 유화작품을 선보인다. 기하학적 형태와 추상적인 묘사가 혼재한 화면에는 백제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작가의 감성이 짙게 묻어나 있다. 

이진경 작가는 백제에 관해 떠오르는 이미지나 생각을 임의적으로 나열한 작품을 전시한다. 이진경 작가는 "작품 안에서 백제, 마한, 고조선의 역사, 달 등의 관련성을 발견하고 관람자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확장해가는 것에 의미를 뒀다"고 말했다.

예원예술대 이철규교수의 '합(合)-금(金) 이야기'는 우리의 전통 재료인 비단 위에 금박을 입힌 불상 형태를 투영하기 위해 전통공예기법인 '개금기법'을 사용했다. 

전북대 이철량 교수는 백제시대의 유적들을 답사한 후 풍부한 상상을 가미한 '백제는 꿈이다' 등 5작품을 전시한다. 특히 각종 불교조각이나 공예기법에서 얻은 다양한 조형에서 받은 영감을 수묵담채기법으로 형상화한 작품을 선보인다.

한국화를 전공한 이희춘 작가는 백제 역사상 가장 융성했던 문화를 상징하는 작품 '화양연화 시리즈'를 들고왔다. 이 작품은 왕궁리 유적에서 발굴된 대형 철제 솥을 형상화하고 그 위에 화려하고 다양한 꽃과 새들을 표현했다.

임동식 작가는 백제황토, 석회, 삼베, 색 전기줄 등의 재료를 이용해 1955년, 1965년, 2015년 등 행사의 성격을 시간적 차별성을 두고 3작품으로 표현했다.

정운학 작가는 물이 담겨진 투명한 원구 안에 있는 필름의 영상이 전시실 바닥에 투영되는 구조로 제작한 '시간을 담다'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정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과거와 연결되는 현재의 시간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원광대 서예과를 졸업한 최재석 작가는 '문득 쓰고 싶다(우연욕서)'라는 충동하에 유득공 선생(1748~1807)의 회고시 '백제'를 완성했다. 

/고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