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2016년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았다.

인간과 가장 많이 닮은 영장 동물인 원숭이는 재능이 뛰어나고 지혜가 출중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능력이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60년에 한번 돌아온다는 붉은 원숭이의 해로 천간에서 붉은색은 불길과 같아 강하게 뻗어 가는 기운과 열정을 상징한다고 한다.

불길과 같이 강하게 뻗어가는 기운과 열정이 가득한 2016년. 

새해의 시작을 맞아 1992년생으로 원숭이띠인 젊은 국악인 유태평양을 만나 새해 포부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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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국악인 유태평양. 

유태평양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6살짜리 어린 꼬마가 3시간 동안 판소리 '흥부가'를 완창해 '국악신동'으로 이름을 떨쳤던 것을 추억하리라. 하지만 그 6살짜리 꼬마가 장성해 이제 25살이 됐다. 25살 또래라면 이제 막 대학졸업을 앞둔 풋풋한 취업준비생이지만 유태평양은 달랐다.

6살 때부터 신동, 천재란 호칭을 들으며 성정했던 그 꼬마아이는 2016년 우리나라의 최고의 소리꾼들만 모인다는 국립창극단에 합격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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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평양이라는 국악인을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까

판소리에 관심이 많으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저는 4살때 정식으로 판소리를 시작했어요. 조통달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아 만6세에는 전북삼성문화회관에서 3시간 분량의 흥보가 완창을 하기도 했죠. 만10살때는 수궁가도 완창했어요. 

이후 2001년 한국관광공사의 홍보대사를 하며 72개국에서 순회공연을 했습니다.

그 뒤로 2004년 남아공이라는 나라로 유학을 가서 4년동안 다양한 음악을 배웠어요. 2008년에는 한국에 돌아와 17살 국립전통예술고에 입학했고 2016년 2월 전북대 한국음악과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국립창극단에 입단하게 됐어요.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 대학교 직장 모두다 국립이네요(웃음) 하하하.

▲국립창극단에 합격했다. 기분이 어떤가.

국립창극단에 지원하기 전에 정말 많은 고민을 했어요. 분명히 창극단에 들어가면 굉장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또 제가 혼자 활동하면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굉장히 가치 있다고 느꼈거든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최고의 스텝진, 최고의 연출가, 최고의 작곡가, 기획자 이런 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어디 있겠어요.

그런 곳에 가면 제가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겠구나. 또 다른 세계를 만날 수 있겠구나 싶었죠. 

그런데 이렇게 합격까지 하니 굉장히 감사하고 자부심도 느끼고 있어요.

▲유태평양에게 2015년은 어떤 해였나.

2015년은 새로운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 해외봉사도 다니며 정말 노력을 많이 한 해였어요. 

특히 일본, 미국, 밀라노, 중국 등을 다니며 해외에 있는 소외계층을 위한 공연을 위해 힘썼습니다.

그 중에 일본 우토르 마을에 다녀왔던 게 가장 기억이 남아요. 

일본 우토르 마을에 계신 할머니들이 저희 공연을 보면서 너무 감격해 우시는 모습을 보고 오히려 제가 감사하고 뿌듯했어요.

▲남아공에서 유학했다고 들었다. 남아공은 어떻게 다녀오게 됐나

남아공은 제가 13살인 2004년도에 가게 됐어요. 원래 처음에는 아버지께서 타악기가 유명한 인도를 보낼까 아니면 문화중심지 미국을 보낼까 2곳 중에 굉장히 고민하셨어요. 그러다가 어차피 유학을 갈거면 모든 리듬의 원산지이자 시초가 된 아프리카에 가서 공부를 시키자 해서 다녀오게 됐죠. 

그중 아프리카에서 가장 문명이 발달한 남아공에서 공부를 했어요. 

요즘 제가 느끼는 건데 제가 만약 유학을 안 갔더라면 지금만큼의 판소리는 절대 하지 못했을거에요. 그때 배웠던 타악의 리듬, 오케스트라, 재즈밴드, 락밴드 활동이 지금 판소리를 하는데 충분한 자양분이 됐다는 것을 확신해요. 

어떤 음악의 경지에 올랐을 때나 다른 음악을 이해할 수 있다고들 해요. 하지만 제 나이에 음악의 경지에 이른다는 것은 힘들잖아요. 그 때문에 남아공에서 배운 여러 종류의 음악들이 지금 국악퓨전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가능하게 만들어주고 있어요. 불과 한달전에도 서울북촌창우극장에서 외국 이스라엘 색소포니스트 다니엘 자미르랑 콜레보레이션 무대를 가졌어요.

▲유태평양에게 판소리는 어떤 존재인가

판소리는 저에게 그냥 판소리에요. 워낙 어렸을 때부터 판소리를 하는 환경에서 자랐고 판소리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더군다나 저는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것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주고 있으니깐요. 보통 사람들은 그런 직업을 찾는 것이 어렵잖아요.

▲국립창극단 합격으로 전주를 떠나게 됐다. 느낌이 어떤가.

제가 24년을 살면서 초등학교만 4번을 전학 다녔어요. 그런데 전주는 저의 제2의 고향이에요.(유태평양의 고향은 정읍이다) 제가 4살때부터 9살때까지, 20살때부터 24살까지 거의 10년동안 유년기와 청년기를 전주에서 지냈으니 전주에 대한 추억이 많죠. 

개인적으로 전주를 떠나면서 주제넘지만 하고싶은 말이 있어요.

많은 국악인들이, 전주, 광주, 진도 이런 곳에 가서 소리를 하는 것을 굉장히 부담스러워해요. 그만큼 전주에는 판소리를 들을 줄 아는 귀명창들이 많기 때문이죠.

전주는 정말 많은 예술가들을 배출했고 일반 사람들도 예술을 사랑하는 것이 느껴져요.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전주가 정말 뼛속까지 예향의 도시, 문화의 도시가 됐으면 좋겠어요.

▲2016년 올해의 목표는

올해의 목표는 국립창극단에 합격한 만큼 열심히 활동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요. 그러면서 틈틈이 컴퓨터 음악작곡 프로그램을 배우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더 나아가 30살이 되기 전에 판소리 5바탕 중 아직 배우지 못한 적벽가와 춘향가를 배워 완창하는 목표를 갖고 있어요.

그리고 최종목표로는 유태평양하면 떠오를 수 있는 새로운 창조적인 예술을 만들고 싶어요. 물론 세계 모든 사람들이 보고 공감하고 우리나라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어떤 음악에도 뒤지지 않는 새로운 국악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저의 삶 모토는 '변화하대, 변하지 말자'에요. 학생 때는 아등바등 새로운 음악을 만들고, 새로운 혁명을 시도해야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혔었죠. 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예술적 역량에서도 그렇고 어느새 자연스럽게 변한 제가 있는거에요. 그러면서 다짐했죠. 이런 변화를 겪으면서도 초심을 잃는다던가, 교만해지지 않기 위해 변하지는 말자고.

전 아직 젊어요. 어느 책에서 봤는데 인생을 하루에 비교하면 제 나이는 새벽밖에 안된대요. 그러니 유명세에 거만해지지 말고 물 흐르듯이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면서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러니 많은 분들께서 믿고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고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