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나 특정 조직을 일정한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 사람을 리더(leader)라고 부른다. 리더(leader)는 우리말로 지도자(指導者)라고 말하는데, 옛날부터 동양에서는 위대한 지도자를 성인(聖人)이라고 불렀다.

 이를테면 유교(儒敎)에서는 전설시대의 임금인 요(堯)와 순(舜), 유가(儒家)사상을 형성한 공자(孔子), 그리고 공자(孔子)가 이상으로 삼은 주(周)의 문물과 제도를 마련한 문왕(文王), 무왕(武王), 주공(周公)을 성인(聖人)으로 높이 받든다.

한비자에서는 ‘성인(聖人)을 아주 작은 것을 보고 사태의 조짐을 알며, 사태의 실마리를 보고 그 끝을 안다.’ 라고 했다. 

은(殷)나라 마지막 임금인 주(紂)가 상아로 젓가락을 만드는 것을 보고, 기자(箕子)가 머지않아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것을 예측했던 것처럼 말이다.

임금이 상아 젓가락을 만드는 것은 분명 사소한 일이다. 하지만 상아 젓가락을 만들면 그에 어울리게 모든 것이 바뀌게 된다. 사소한 변화가 나중에는 궁궐까지 사치스럽게 변하게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천하에 있는 것을 다 거둬들여도 모자라서 끝내는 망할 수 밖에 없다.

기자(箕子)는 동양에서 말하는 성인(聖人)답게 주(紂)가 만들어 쓰는 상아 젓가락을 보고 나라가 망할 조짐을 읽었던 것이다.

서양에서도 훌륭한 리더자는 많다. 그 중 기원전 6세기 페르시아 제국을 창건한 키루스 대왕은 20대부터 이미 탁월한 리더로서의 자질을 보였다.

리더십의 핵심이 다양한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이들이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것이란 점에서 말이다.

그 실예로 키루스가 아시리아군을 추격하기 위해 추격전에 동참할 사람들을 모집할 때, 외삼촌 키악사레스와 연회를 즐기던 일부 메디아군을 제외한 대부분의 군사들이 그를 따라나섰다고 한다. 그렇다면 메디아군 병사들이 키루스를 따라 고생스런 추격전에 뛰어든 이유 중에 눈에 띄는 것은 키루스의 능력이다. 능력은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필수 조건인데 그는 실력과 전문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높은 자리에 앉아 있다 해도 번번이 미숙함을 보이는 지도자는 부하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최근 들어 한국 사회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고 있다. 뉴스는 온갖 끔찍한 사건들 뿐이다. 가정의 리더인 아버지가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를 무참히 죽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오늘도 밥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무료급식소까지 1시간을 넘게 걸어오는 사람들, 길거리마다 박스를 주어 파지 1kg에 70원을 받겠다고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는 노인들도 있다. 젊은이들은 예측불허인 시대에 미래의 꿈조차 꿀 수 없는 실정이다. 

기자(箕子)가 주(紂)가 만들어 쓰는 상아 젓가락을 보고 나라가 망할 조짐을 읽었듯이 국민들의 아우성에 귀 기울이는 리더가 그립다. 그리고 메디아군 병사들을 따르게 한 키루스의 실력과 전문성을 갖춘 진정한 리더와 탁월한 리더십이 한 해의 끝자락에서 기다려지는 건 무슨 이유일까?

김삼덕/원광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