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빠가 밉지도 않아? 맨날 뭐 하러 옷을 사줘?"

나이가 들면서 내 옷보다 남편 옷에 더 신경쓰는 나를 보고 장성한 딸이 했던 말이다.

남편과 나는 잘 발효된 포도주처럼 서로를 연민으로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사람 人이라는 글자가 서로를 받쳐주듯 가까운 사람, 이웃의 소중함이 느껴지는 건 나이가 들어서야 알 수 있다. 그랬었구나, 고개가 끄덕여지며 이제야 인생의 참맛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시계가 어느 새 새벽 3시를 넘고 있다. 오그리고 뭉쳐있던 옷장 속 옷들이 편히 쉴 것같다. - 본문 중

34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후 명예퇴직한 박완희 작가의 수필집 '세월의 옷'이 발간됐다.

일흔이 다 된 나이로 할머니가 다 되서야 글쓰기를 시작했다는 박완희 작가는 이 책에 60대 시절 작성했던 글들을 한데 모아 4분야로 나누어 58개의 글을 골라 실었다.

특히 박완희 작가는 서연과 지훈, 정원과 규원 4명의 손주들 덕에 창작의 에너지를 내뿜고 있다.

박완희 작가는 "글을 쓰며 행복했던 60대가 저물어갔다"며 "이제야 글밭을 넓혔으니 게으르지 않는 글 농부가 되도록 다짐을 해본다"고 말했다.

저자 박완희 작가는 전주교대를 졸업하고 34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후 명예퇴직했으며 전주대 평생교육원 글짓기반을 수료했다. 2011년 제39회 전북여성백일장 산문부 장원을 수상했으며 2012년 '세월의 옷'으로 문학광장 신인작가에 등단했다.

 /고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