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유명 서예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주한지에 붓을 시험해 보는 '시필-새 한지에 붓을 시험해 보다'가 3일 전주 한지산업지원센터 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2013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에서 대상을 수상한 하석 박원규, 금상을 수상한 학정 이돈흥 선생을 비롯해 복원된 남대문의 상량문을 쓴 소헌 정도준, 전북대표 서예가 산민 이용, 전북대 김병기 교수 등 20여명의 서예가가 참여해 특별제작 한지에 힘찬 붓놀림을 했다.

이번에 행사에 사용된 한지는 1970년대 각광을 받던 서화용지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중국으로부터 값싼 화선지가 대량 수입되며 한국의 한지는 거의 중국 종이로 대체됐다. 하지만 심각한 문제는 요근래 드러났다. 중국산 한지가 펄프를 사용해 양지 제조기법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자연산화돼 작품의 보존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는 것. 

이 때문에 내구성이 강한 '전주한지'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으며 이로 인해 특별한지를 개발해 새 종이에 붓을 시험해보는 '시지시필회(試紙試筆會)'가 열리게 됐다.

행사를 주관한 전북대 중문학과 김병기 교수는 "한지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한지산업의 개념을 순수한지 산업과 응용한지 산업으로 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며 "순수한지산업은 이 시대에 맞는 서화용지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응용한지 산업은 벽지, 한지섬유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순수한지산업의 서화용지로서 한지의 수요를 창출할 때 진정한 한지 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행사에 참여한 서예가들 역시 전주한지에 대해 아낌없는 예찬을 보냈다.  

행사에 참여한 서예가들은 "전주한지는 예로부터 좋은 닥나무로 종이를 만들어 내구성이 좋다"며 "앞으로 자신들의 제자들부터 수명이 긴 한지를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등 한지를 홍보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한지산업지원센터는 이날 시필회에서 제작된 서예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아 한지산업지원센터 안의 복도 공간 등을 이용해 '한지서예갤러리'를 만들 예정이다. 

/고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