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다수의 아버지는 가장이라는 무거움 속에서 평생 아내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온 몸으로 헌신하고 봉사하며 늙어가지만 흐르는 세월에 남는 모습은 깊게 파인 주름만큼이나 초라한 뒷모습뿐인 걸까. 

나날이 쇠퇴해가는 태백과 탄광을 10여년간 촬영하며 평생을 고단한 광부로 사셨던 아버지의 삶을 뒤돌아 보는 작업을 했던 다큐멘터리 작가 박병문의 ‘아버지는 광부였다’ 사진전이 다음달 9일까지 전주 서학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박병문 작가는 태백 토박이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시간을 머금고 변화하는 탄광촌 고단한 광부들의 삶을 지난 90년대부터 현재까지 빠짐없이 순수한 앵글로 기록한 사진 40여점을 이번 전시에 선보인다.

석탄이 70~80년대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됐던 그 당시. 탄광촌의 광부들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불안감과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우리나라 국가산업 발전을 위해 척박하고 고립된 삶을 일궈나갔다.

이런 의미에서 박병문의 다큐멘터리 작업은 아버지의 삶을 존경으로 뒤돌아보는 데자뷰이며 오마쥬였다.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아버지들에게 던지는 갈채이기도 하다. 

박병문 작가는 "지금 이시간에도 태백의 탄광에서는 소수의 광부들이 남아 얼굴에 탄진을 묻혀가며 지하 천 미터의 수갱에서 석탄을 캐고 있다"며 "

너무도 열악한 어둠속 공간에서 일했을 아버지를 생각하니 사진을 허투루 찍을 수가 없었다"고 추억했다. 

이어 "아버지에게 탄광의 구석구석을 낱낱이 보여 드리고 싶었다"며 "기억을 오롯이 기록하는 것은 사진가에게도 중요하지만 가족을 위해 고통을 참으며 인생의 모든 것을 바쳤던 아버지에게 추억의 공간을 선물로 남겨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내게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탄광 작업을 통해 사진가로 무엇을 왜 해야하는가에 대한 진지함을 줬다"며 "이 작품들은 탄광촌의 모든 사람들과 오늘도 세상을 향해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세상의 장한 아버지들 그리고 소중한 나의 아버지에게 바친다"고 밝혔다.

작가 박병문은 1959년 강원 태백 출생해 강원관광대 산업경영학과를 졸업했다. 2006년 제4회 강원의 산하 사진대전 동상 수상을 시작으로 2010년 제24회 강원도 사진대전 대상, 한국예총회장상 공로패를 수상했으며 2013년 제1회 최민식 사진상 특별상 대상을 수상했다. 

최민식 사진상 심사위원들은 "박병문 작가의 사진은 인간애와 가족애를 느끼며 행복한 삶의 원천을 다시금 생각케 한다"는 평을 하기도 했다.

현재 박병문 작가는 한국사진작가 태백지부 사업간사, 태백관광개발공사 오투리조트 총무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한국리얼다큐사진가회 회원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고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