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국민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방글라데시가 뽑힌 적이 있다. 방글라데시는 남아시아 인도 대륙의 북동부에 위치한 나라이다. 본래는 동파키스탄이었는데 국정의 주도권이 서파키스탄에 있어서 여러 가지로 불이익을 견디다가 1971년에 독립하였다. 인구는 2008년에 1억5355만 명이었으니 지금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1억6천만 명쯤은 되었을 것이다. 국토의 면적은 14만4천 평방킬로미터이므로 남한보다는 넓지만 북한을 합친 한반도 전체에 비하면 어림이 없다. 그러니 방글라데시는 인구밀도가 세계적으로 높은 나라이다. 그리고 주된 산업이 대부분 1차 산업이므로 국민경제 또한 열악하기 그지없다. 2009년도에 1인당 GDP가 573 불이었으니 각 가정의 살림살이 정도가 어떠함을 짐작할 수가 있다. 그런데 그런 나라의 국민들이 행복하다고 말하다니 별 일이라며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에 비하면 무역 강국으로 우뚝 선 한국은 어떠한가. 오늘날 한국의 위상은 기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눈부시다. 세계 7대 무역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그 순이익에 있어서는 일본을 따라잡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일본이 어떤 나라인가. 2차 대전 이후에 곧바로 유럽의 승전국인 영국과 프랑스를 앞지르고 경제 대국 독일도 제친 나라가 아닌가. 그리고 오래도록 미국과 동반자 관계로 어깨를 나란히 한 나라가 아닌가. 국민의 수로도 국토와 해양의 면적으로도 일본은 한국이 넘을 수 없는 난공불락의 나라처럼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한국은 지금 일본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한국에 살고 있는 국민들의 실상은 어떠한가. 국가의 총 생산력과 경쟁력이 높아진 만큼 국민들이 행복을 느끼고 있어야 한다. 이것은 당연히 기대되는 정서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대다수의 한국인은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돈이 있어야 행복하다’고 말한다.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시중에 돈이 넘쳐 나고 있다. 그런데 가난을 말하는 개개인들의 호주머니 속사정은 그 냉기의 차이가 천차만별이다. 어떤 사람은 호주머니의 냉기에 손이 시리다 못해 죽음을 떠올리는 이도 있다.
@한국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지만 행복과는 별 상관이 없음은 분명하다. OECD 회원국 중에서 한국의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은 이제 세상이 다 알고 있다. 예전에는 자살률이 높은 나라라고 하면 ‘글루미 선데이’의 나라 헝가리가 단골 메뉴처럼 입에 오르내렸었다. 그러나 이제 그 단골 메뉴 역할을 한국이 고정적으로 도맡고 있다. 참으로 불명예스러운 기록의 행진이다.
@한국은 지금 앞으로만 내달리고 있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 무서울 지경이다. 어느 외국학자가 지적한대로 한국은 지금 “자신을 다른 사회 구성원과 끊임없이 비교해 남을 이기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이들 천지이다. 만약 한국인 대다수의 그 같은 생각이 옳다면 한국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으뜸 자리에 있는 대통령이어야 맞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대통령의 웃는 낯을 본 지가 오래되었다. 국가의 이런저런 현안과 돌발 사태를 수습하느라 영일이 없기에 그럴 것이다. 그리고 그 같은 명예로운 공무가 반드시 행복으로 직결되라는 법이 없는 게 인생의 오묘이다.
@방글라데시는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들의 그룹에 속한다. 그리고 문제도 많고 사건도 많다. 그런데 그들은 행복을 말한다. 왜 그 같은 일이 가능할까. 그것은 아마도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을 단순화했기 때문일 것이다. 날마다는 아닐지라도 일 년에 절반쯤은 그 같은 정신태도가 필요하다고 나는 나에게 말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