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나라 성제 재위시에 주운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고대 중국 사회에 횡행하던 유협이라 불리던 무리의 수장으로, 어려서부터 협객의 생활을 전전하다가 그 나이 불혹이 되어서야 학문에 정진해 일가를 이루고 관직에 나아갔다.

그의 관료생활에는 그 만의 독특하고 확고한 원칙이 있었다.

그것은 관직의 최상위인 ‘승상’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과 탄핵이었다.

승상이 누구건 상관없었다. 비교적 청렴하고 능력이 있다고 평가되는 승상이건 그렇지 못한 승상이건 개의치 않고, 어떤식으로든 현재 승상직에 있는 사람을 탄핵해 끌어내리기 위해 모든 정력을 쏟고 투지를 불태웠다.

전한 성제 즉위(B.C33) 초의 승상은 성제의 스승인 안창 후 장우였다.

그는 모든 면에서 정치가라기보다는 학자였다.

그 무렵 지역별로 다르게 계승돼 오던 <논어>를 정리해 훗날 우리가 읽고 있는 논어 정본의 기초를 닦은 이가 그인 것이다. 하지만 대학자가 반드시 유능한 명재상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첨예한 정치현안 등에서는 무능했고, 주운은 그것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늘 외치고 있었다. ‘내 적은 승상이다’라고..

“폐하! 지금 조정의 대신들은 위로는 폐하를 바로 보필하지 못하고 아래로는 백성들을 윤택하게 하지 못하며, 오직 태평하게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밥버러지 같은 자들이옵니다. 만약 저에게 참마의 검을 하사하시면 그 원흉 하나를 베어 뭇 신하들의 경계로 삼고자 하옵니다”

“누굴 베려는가?”

“승상 장우 이옵니다”

“무어라! 감히 하급관리 주제에 짐의 스승을 욕보이다니, 너는 죽어 마땅하다. 이자를 끌어내 참하라!”

이에 어사들이 주운을 끌어대려 하자 그는 어좌를 둘러친 난함(난간)을 끌어안고 버텼다.

“폐하! 저는 이제 죽어 역대 충신들과 저 세상에서 노닐 것인데 폐하께서는 누구와 더불어 노실 수 있겠사옵니까?”이 말은 성제를 충신을 죽인 역대의 폭군에 비유한 말로 목숨을 내놓은 대담무쌍한 외침이었다. 건장한 어사 여럿이 주운을 잡고 끌어당겼지만 주운은 난간을 끌어안고 버티며 소리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결국은 그 툰튼한 어좌의 난간이 부러지고 말았다. 그렇게 주운은 질질 끌려 나갔다.

소동이 가라않고 궁궐을 수리하는 관리들이 난간을 보수하려 하자, 성제는 “고치지말고 그대로 두라. 내 그것을 보며 직언하는 신하들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여기에서 생긴 말이 ‘절함’으로 강력하게 간한다는 고사성어인 것이다.

그 부러진 난간을 생각하며 작금의 우리를 뒤돌아보자.

과연 우리에게 절함은 어디에 있는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부러진 난간은 없고 닳고 닳은 문고리뿐이다. 어좌의 난간을 부여안고 버티듯이 문고리가 빠져 나가도록 직간하는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으니, 오늘도 그 문고리는 반질반질 윤기만 더해간다. 통탄할 일이다.

부언하자면 그 뒤로 성제는 어찌됐는가?

직간하는 신하를 잊지않겠다며 부러진 난간을 고치지 못하게 했던 그도 만년에는 간신의 전횡과 주색에 빠져 나라를 망하게 한다.

그의 재위시에 등장한 외척 왕망에게 재위를 빼앗기고 전한이 망하게 되는 것이다.

부러진 난간만으로도 모자람을 우리가 무섭게 새겨야 하는 이유다.

류명기 한국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