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절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지만 명절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명절 이야기 보다는 구제역 소식이 관심을 끈다.
구제역과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도대체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조루인풀루엔자는 도내에서 다시 발생해 닭과 오리 사육농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구제역은 발생된 지 2개월이 가까와지고 있다.
정부와 축산농사들은 그야말로 장기간 이들 가축전염병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기간이 늘어나면서 엄청난 정신적 물질적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한파속에서의 방역활동은 무척이나 어렵다.
장비가 툭하면 얼어붙고 작업도중 부상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구제역 바이러스는 꼬리를 내리지 않고 있다.
무려 8개 시·도 63개 시·군 137개 농장에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살처분된 가축만 하더라도 소 14만여 마리, 돼지 238만여 마리를 비롯 염소, 사슴 등을 포함하면 253만여 마리에 이른다.
소 예방접종은 끝났지만 돼지 접종은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1차 예방접종이 마무리되더라도 2차 추가접종이 필요한만큼 예방활동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구제역 청정지역이던 경남까지 방어선이 무너졌지만 다행히 전북은 차단방역에 성공하고 있다.
지난 20일 전북을 방문해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구제역이 급속히 퍼져 전북의 턱밑인 금강까지 내려온만큼 6ㆍ25때 낙동강 전선에서 적을 사투 끝에 막아냈듯 구제역이 금강을 넘어오지 못하도록 막아달라"고 강조했다.
전북에 유입되면 서해안 고속도로 등으로 연결되는 전남까지 쉽게 전염될 수 있다.
전북은 구제역 전선의 마지막 보루인 셈이다.
도내에서도 발생지역 못지않게 강력한 방역대책이 추진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즐거운 설명절을 최대의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귀성 차량과 인원이 많을수록 구제역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사회단체들은 출향민들에게 이번 설명절에 고향을 찾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도내에서도 전북애향운동본부가 출향도민들에게 구제역이 진정될 때까지 고향 방문 자제달라고 서한을 발송했다.
"늘 고향을 사랑해 달라, 고향물건을 사 달라, 고향에 놀러와 달라"고 부탁하던 출향민들에게 "고향이 걱정된다면 걱정될수록, 고향을 사랑한다면 사랑할수록, 더욱 더 고향을 멀리해 달라"고 호소했다.
출향민들도 고향의 안전을 위해 상당수 고향방문을 포기해 귀성인파가 예년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문에 올해 인구가 적은 농촌마을은 쓸쓸한 명절을 맞을 것 같다.
돼지와 소 등을 기르는 축산농가들의 경우에는 명절에도 불구하고 하루종일 가축방역에 신경써야 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안타깝기만 하다.
특히 소수이기는 하지만 살처분한 농가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 못지않게 비통에 잠길 것이다.
이번 설 명절을 맞으면서 축산농가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그들이 우리에게 주는 행복을 다시 한번 생각했으면 한다.
/부국장 김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