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는 임종 직전에 “좀 더 광명을”이라는 유언을 남겼다. 동서고금을 통해서 이처럼 멋있는 유언도 드물 것이다. 괴테의 그 유언에는 팔십 년을 넘게 산 거장의 이상주의가 밝게 빛나고 있다. 그러나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자면 괴테는 그런 식의 유언을 남기지 않았다.  그저 평범하게 일상적으로 했던 말을 후대의 사람들이 격조 높게 각색한 것일 뿐이다.
@유명인사의 유언에는 울림이 있기 마련이다. 큰 사람이 남긴 말일수록 거기에 담겨진 뜻도 크게 다가온다. 유언은 그 족적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럴듯한 유언을 남긴다 해도 그 사람의 생애가 비루했다면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 그 사람의 유언은 보다 훌륭한 어떤 사람의 비슷한 유언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그 유언이 생명력을 얻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유언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이야기이다.
@싱가포르의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의 말이 신문에 크게 보도되었다. 그가 자신의 저서<싱가포르가 계속 전진하기 위한 분명한 진실들> 속에서 밝힌 진실이 깊은 뜻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내각에 이미 말했다는 내용은 “나 죽거든 집을 허물어라”는 것이다. 일반인들의 예상과는 판이한 것이라 싱가포르 사람들은 숙연했을 것이다. 리콴유가 누구인가. 싱가포르의 경제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국부적 존재가 아닌가. 그런데도 그가 남긴 말에는 자신을 내세우려는 기미조차 없다. 자신이 살던 집이 자신의 업적을 기념하는 국가적 성지가 되면 이웃 주민들이 고통을 받는다는 것이다. 리콴유, 그는 올해 나이  만으로 87세인데 모든 사람이 가는 길로 가기 전에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있지 싶다.
@며칠 전에 한국문단의 큰 어른이 세상을 떠났다. 그 큰 어른의 이름은 박완서. 그녀의 마지막 말이 아름다운 떨림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녀가 임종의 자리에서 가족에게 했다는 말은 그저 평범하다. “가난한 문인 후배들에게 부의금을 절대 받지 말라.”는 말이 바로 그 말이다. 그런데 그 평범한 말이 자상한 어머니의 그것처럼 따스하고 웅숭깊다. 고인이 생전에 어려운 문인들을 남몰래 도왔었다는 주변의 회고가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당신이 남긴 많은 작품들은 한국인의 문화유산이 될게 분명하다. 먼저 간 박경리 여사의 <토지>와 함께 오래도록 그럴 거라는 믿음이다. / 논설위원 이 희 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