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마을을 자랑을 한다는 것이 부끄럽긴 하지만, 전주는 참으로 다채로운 멋을 가진 곳이다. 살면 살수록, 보면 볼수록, 어디 하나 예쁘지 않은 데가 없고, 자세히 볼수록 더욱 정이 깊어진다. 고즈넉한 옛 향기를 간직한 골목길부터 우뚝 우뚝 들어선 신도심까지, 나름의 멋과 즐거움이 있다. 

 무엇보다 전주의 가장 큰 매력은, 어느 곳엘 찾아가 아무것이나 시켜보아도 변함없이 정성스럽고 맛깔 나는‘음식’이 아닐까 한다. 대부분 보여주기 위한 멋 부림보다는 실속 있는 반찬이 많고, 진한 향신료나 양념이 없어도 소박하고 은근한 맛을 자랑한다. 밥은 늘 넉넉하게 주시고, 맛있는 김치나 장아찌를 몇 접시 더 내놓는 인정도 있다. 타 시도의 출장이나 여행을 갈라치면, 전주의 맛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그런 전주의 맛을 자랑하는‘전주비빔밥 축제’가, 최근 성황리에 치러졌다. 

 전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전주비빔밥을 꼽는다. 비빔밥이 무어 그리 특별하느냐 하던 사람들도, 일단 먹고 나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갖은 나물을 넣어 색색이 곱게 담아, 육회와 달걀노른자를 올리고 약고추장에 살살 비벼 먹는 맛은, 어떤 맛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울 만큼 매력적이다. 여기에, 전주의 또 하나의 자랑인 콩나물국을 곁들인다면 금상첨화다. 많은 이들이 이번 축제를 통해 다시 한 번 전주비빔밥에 감탄했을 것이다. 

 비빔밥을 처음으로 언급한 문헌은 1800년대 말엽의‘시의전서(是議全書)’로 비빔밥을 부빔밥으로 표기하고 있다. 다른 표현으로는‘어지럽게 섞는다’는 뜻의 골동반(骨董飯)이라고 하며, 꽃밥이라는 뜻의 화반(花盤)이라고도 불렸다. 

 비빔밥은 전국 각지에서 지역별 특산물과 결합하여 다양하게 발전하였다. 그 중에서도 전주비빔밥은 평양의 냉면, 개성의 탕반과 함께 조선시대 3대 음식의 하나로 손꼽혔는데, 그 중에서도 으뜸으로 쳤다하니 자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전주비빔밥이 유명해진 것은, 풍요로운 들녘에서 나는 질 좋은 농산물과 깊은 장맛의 사용이 첫 번째요, 좋은 물에서 나는 콩나물의 아삭함이 두 번째다. 세 번째는 신선한 육회를 사용하는 것인데, 과거 문헌에는 전주의 식량 사정이 좋지 않을 때에도 육회용 소 한 마리가 도살되었다고 하니, 비빔밥에 대한 사랑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육회가 다른 재료와 잘 어우러져 내는 맛이 기막히다. 

 이제 비빔밥은 한국의 특색을 드러내는 하나의 명사가 되고 있으며, 외국항공사에서도 비빔밥을 제공받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안타까운 것은 전주비빔밥이라는 고유한 브랜드보다는 비빔밥 그 자체로만 알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비빔밥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고 응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강점을 갖게 되는 것이나, 우리가 전주비빔밥만의 가치와 멋을 증명하고 이를 널리 알릴 때에, 지역브랜드와 문화적 자산으로서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주비빔밥축제는 국내외의 많은 관광객이 함께 하였고, 전주시민의 뜨거운 관심 속에 다양한 연구와 시도가 이루어졌다. 다른 모습과 개성을 가진 이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즐기고 꿈꾸는 그 자리야말로, 비빔밥처럼 아름답고 멋들어졌다. 

 바라건대, 머지않은 미래에 세계의 많은 이들이 커피 대신‘전주비빔밥’을 테이크아웃 하여 먹는 모습이 목격될 수 있기를, 그들이 꼭 전주라는 도시를 가보기를 희망하게 되기를 바래본다. 

 아마도 전주비빔밥은, 전주가 국내는 물론 세계와 소통하는 또 하나의 창구가 되어줄 것이다. 

박현규 전주시의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