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論語)」를 보면, 계자연(季子然)이 공자(孔子)에게 “중유(仲由)와 염구(?求)는 대신(大臣)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는 대목이 나옵니다.

계자연은 노(魯)나라 정권을 좌지우지하던 세도가 계손씨 집안사람인데, 중유(仲由)와 염구(?求)가 계손씨의 가신(家臣)을 지낸 적이 있기 때문에 물은 겁니다. 대신(大臣)은 글자 그대로 ‘위대한(大) 신하(臣)’라는 뜻이니, 당신의 훌륭한 제자 두 사람이 우리 집안의 일을 맡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자에게 자랑하고 싶었던 겁니다.

중유(仲由)와 염구(?求)는 공자의 제자인 자로(子路)와 염유(?有)를 가리키는데, 두 사람은 스승인 공자가 정사(政事)에 뛰어난 행정전문가라고 인정했던 인물들입니다. 실제로 그 당시 권력자들이 공자 제자들 가운데서도 군사 분야와 세무 분야의 전문가로 손꼽히던 자로와 염유를 스카우트하려고 탐을 냈다는 시록이 「논어」에 나옵니다. 그러니 계자연이 은근히 자랑할 만도 한데, 그런 계자연한테 공자는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모처럼 만나서 좋은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고작 그런 거나 물어보냐며 대답합니다. “지금 하는 짓을 보면, 중유(仲由)와 염구(?求)는 구신(具臣)이라고 해야겠지요.”

자로와 염유는 대신(大臣)이 아니라 구신(具臣)이라는 말입니다. 대신(大臣)은 누구이고, 구신(具臣)은 누구인가? 공자는 말합니다. “이른바 대신(大臣)이란 도(道)로써 임금을 섬기다 안 되면 그만둡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대신(大臣)은 임금에게 구속된 신하가 아니라 도(道)를 지키는 신하라는 말입니다. 대신(大臣)은 임금의 업무를 대신해주는 대행자(代行者)이지 임금의 손과 발(手足)이 아닙니다. 정당한 도로써 임금을 섬기다, 그것이 안 되면 그만두는 사람입니다. 나라에 도가 없을 때 벼슬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이 대신(大臣)입니다.

신하의 도리가 무엇입니까? 임금을 도와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아닙니까? 대신(大臣)은 임금이 그런 일을 제대로 하도록 도와주는 사람으로, 그런 능력이 없으면 미련 없이 그만두고 물러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신하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서 월급만 축내는 사람이 되고 마는데, 그런 신하는 대신이 아니라 구신(具臣)입니다. 글자 그대로 ‘신하(臣)의 숫자나 채우는(具) 존재’ 말입니다.

요즘말로 하면, 구신(具臣)은 좋게 말해서 특정 분야의 전문 관료이고, 나쁘게 말하면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입니다. 공자가 훌륭한 정치가라고 평가했던 안영(安?)의 표현대로 하자면, 임금과 조화(和)를 추구하면서, 아무리 임금이라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신하가 대신입니다. 무엇이든 임금이 하자는 대로 네네 하며 따르기(同)만 하는 신하는 구신(具臣)에 지나지 않는데, 공자는 자로와 염유가 바로 그런 인물이라고 잘라 말합니다.

자로와 염유는 대신이 아니라 구신(具臣)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에 계자연은 비위가 상합니다. 자기 집안이 훌륭한 사람을 가신(家臣)으로 거느렸다는 사실을 자랑하고 싶었는데, 훌륭한 신하가 아니라 흔해빠진 구신(具臣)이라 하니, 얼마나 속이 상했겠습니까? 그래서 발끈하는 마음으로 다시 묻습니다. “그렇다면, 그 두 사람은 윗사람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신하들이라는 말입니까?”

공자 당신이 정사(政事)에 뛰어났다고 인정하는 두 사람의 경우 윗사람이 시키는 대로 무슨 짓이나 하는 존재냐는 겁니다. 옳은 일인지 그른 일인지 따지지도 않은 채 오로지 윗사람의 명령에 복종하기만 하는 도규냐는 것인데, 그런 계자연한테 공자는 눈 하나 깜짝 않고 대답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아비를 죽이거나 임금을 죽이는 일에는 따르지 않겠지요.”

자로와 여유가 아무리 구신(具臣)이라고 하지만, 나름대로 배운 게 있는 까닭에 분명하게 옳지 않은 일에는 무조건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두 제자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을 드러내는 스승의 애틋함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중유(仲由)와 염구(?求)를 비판하는 형식을 빌려 계씨 정권의 무도함을 풍자한 것인데, 요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싸고 하는 짓들을 보면서 공자의 말이 자꾸 생각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공자가 말하는 대신이 몹시 그리워지는 것은 또 무슨 까닭일까요?

김용웅/전주대 씨름부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