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결혼 등을 통해 당첨률이 높은 청약통장을 만들어 유통시킨 청약통장 브로커 일당이 적발됐다. 내곡·세곡·위례 등 아파트 분양 경쟁률이 치열했던 지역에 이런 통장을 유통시켜 과다경쟁을 유발하고, 아파트 가격 상승이 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청약통장을 매입해 명의자들을 위장결혼 시키는 방법 등으로 당첨률을 높인 뒤 재판매한 청약통장 브로커 정모(58)씨 등 3명을 주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청약통장 매도자 강모(49)씨 등 20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정씨 등은 2011년부터 최근까지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오피스텔에 일명 '통장작업공장'을 차려 운영해왔다. 

이들은 청약통장 명의자 900여명으로부터 1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을 주고 통장을 매입한 뒤, 노부모를 부양하고 있거나 부양가족이 많은 명의자들끼리 위장결혼을 시키는 방법으로 청약 당첨률이 높은 통장으로 둔갑시켰다. 

또 한 부모 가정의 청약통장 명의자들을 속칭 '붙이기' 수법으로 위장결혼 시켜 자녀 수를 늘려거나 청약통장을 판매한 명의자들을 각 아파트 분양지역으로 위장 전입시켜왔다. 이런 요구에 따를 경우 통장 판매자들에게 추가로 수수료를 지급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청약통장은 일명 투자자인 부동산업자 양모(55)씨 등에게 판매됐고, 위례, 세곡, 내곡지구 등 인기가 높은 지역에 청약 신청됐다. 양씨는 분양권을 최대 2배 이상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했고, 분양권 전매 제한이 있는 곳에서는 10배의 차액을 남기기도 했다. 

당시 세곡, 내곡 지역의 아파트의 경우 3〜4억원 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됐다. 청약 경쟁률을 높여 실거래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경찰 조사 결과, 이런 방식으로 거래된 통장으로 당첨된 아파트만 200여곳에 달했다. 

하지만 정씨에게 통장을 판매한 이들은 탈북민, 저학력자, 노점상 등 사회 물정이 어둡거나 경제적 약자들이 대부분으로 아파트에 입주한 경우는 없었다. 

대신 위장결혼을 했던 통장 판매자들은 한부모 가정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됐고, 불법 통장 구입자나 분양권 매입자들은 당첨무효로 살던 곳에서 ◎⃝겨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경찰은 이번에 확인된 아파트 분양 200여건에 대해 국토교통부에 당첨 취소를 의뢰하고, 청약통장 브로커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해 전세대란 등 주택시장 안정화에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용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