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색 짙어가는 독서의계절이다. 그러나 가을은 ‘책덮는 계절’이기도 하다.

출판업계는 가을이 되면 ‘불황의 계절’로 판매량이 평균을 밑돈다고 울상이다.

예부터 ‘가을은 사색하고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라는 말이 퇴색되어가고 있다.

 조선의 선비들은 독서의 대가들이었다. 선조들이 독서의 대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책 한권을 가지고 수백번, 수천번 읽을 만큼, 깊은 독서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대부분 빨리 읽고, 핵심만을 찾기위해 필요한 부분만 읽는  실용적인 독서를 즐긴다. 하지만 무조건 빨리 읽기만 하려는 독서는 내 것이 되지 못한다. 우리가 배워야할 ‘선조들이 남긴 독서론’을 모아 보았다.

 조선후기 실학파 위백규는 ‘독서우물론’에서 ‘글을 지으려는 사람은 먼저 독서법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우물을 파는 사람은 먼저 석자의 흙을 파서 축축한 기운을 만나게 되면, 다시 더 파서 여섯자 깊이에 이르러 탁한 물을 퍼낸다. 또 파서 아홉자의 샘물에 이르러서야 달고 맑은 물을 길어낸다. 

마침내 물을 끌어올려 천천히 음미해보면, 자연의 맛이 그저 물이라 하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또다시 배불리 마셔 그 정기가 오장육부와 피부에 젖어듦을 느낀다. 그런 뒤에 이를 펴서 글로 짓는다. 

이는 마치 물을 길어다가 밥을 짓고, 희생(犧牲)을 삶고, 고기를 익히며, 또 이것으로 옷을 빨고, 땅에 물을 주어 어디든지 쓰지 못할 데가 없는 것과 같다. 겨우 석자 아래의 젖은 흙을 가져다가 부엌 아궁이의 부서진 모서리나 바르면서 우물을 판 보람으로 여겨서는 절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율곡 이이는 과거시험을 9번이나 수석 합격한 천재였다. 그의 독서론은 한 권의 책을 완전히 마스터 할 때까지 뜻을 모두 알아서 완전히 통달하고 의문이 없게 된 다음에야 다른 책을 읽을 것이요, 많은 책을 읽어서 많이 얻기를 탐내어 부산하게 이것저것 읽지 말아야 한다.’고 타일렀다. 

 다산 정약용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수백권의 저서를 남긴 대학자였다. 그는 박학다식했고 인격도 훌륭했다. 그의 독서론은 ‘책을 읽는데는 방법이 있다. 세상에 도움이 되지않는 책은 구름가듯, 물흐르듯 읽어도 되지만, 만일 백성이나 나라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면 반드시 문단마다 이해하고 구절마다 탐구하면서 읽어야 하며, 한낮의 졸음이나 쫓는 태도로 읽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암 박지원의 독서론은 ‘일과를 정하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고, 질질끄는 것보다 나쁜것이 없다. 많이 읽으려고 욕심내지 말고, 속히 읽으려 하지마라. 몇 줄을 읽을지 횟수를 정해 놓고 날마다 읽어가라. 뜻이 정밀해지고 의미가 뚜렷해지며, 음과 뜻이 익숙해져 저절로 외워지면 그 다음으로 넘어가라.’ 빨리 많이 읽는 것보다 한쪽만 읽더라도 제대로 똑바로 읽으라는 말이다. 

 다음은 김창흡의 독서론이다. ‘독서에는 죽은 독서가 있고 산독서가 있다. 책을 덮은 뒤 책 속의 내용이 눈앞에 또렷이 보이면 산 독서고, 책을 펴놓았을 때는 알 것 같다가 책을 덮은 뒤에 아득해지면 죽은 독서’라고 했다.

 조선후기 문신 이덕수는 ‘독서는 푹젖는것을 귀히 여긴다. 

푹젖게 되면 책과 내가 하나가 된다. 푹 빠져 스스로 얻음에 이르도록 힘써야 한다. 오로지 빨리 읽고 많이 읽는 것만 일삼는다면, 마음속에 얻은 바가 없게 된다. 이는 조금만 땅을 파면 마른 땅인 것과 같은 이치니, 깊이 경계 삼아야할 일이다.’고 했다.

 이상 ‘선조들의 독서론’ 몇가지 살펴보았다. 

모두 나름대로 자신에게 맞는 지혜로운 독서법을 개발하여 몰입하였음을 알 수 있다.

 ‘평생독서’ 저자 김병완은 ‘독서를 꾸준히 하는 사람은 인생이 즐겁고 신나고 쉽게 풀린다. 독서는 그 자체로 위대하고 놀라운 그 무엇이 있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해서다. 

독서는 한두마디 말로 설명하기엔 너무 거대하고 복잡한 마법같은 일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필자는 ‘한권의 책을 익숙하도록 읽어, 뜻을 깊이 음미하여 통달’하는 율곡의 숙독완미(熟讀玩味)독서론을 본떠 실천하고 있다.

 김재춘 전.완주동양초등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