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사망한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65) 전 국무총리가 2일 첫 재판에서도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장준현) 심리로 열린 이 전 총리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1차 공판에서 이 전 총리는 피고인으로 법정에 출석해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으로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달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 전 총리는 "비타500 상자와 관련해 고인(성 전 회장)의 거짓 인터뷰로 인해 국민이 사실로 받아들였으나 비타500 상자는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았다"며 "많은 사람들이 (성 전 회장이) 선거사무실에 찾아와 금품을 전달했다고 의문을 가졌는데 상식과 경험칙상 누가 받아들이겠는가"고 반문했다.

이 전 총리는 이어 "총리 재직 시절 해외자원개발 투자 관련 국가의 손실이 일어날 우려 때문에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바 있고 때마침 검찰의 경남기업 수사가 맞물렸다"며 "이에 성 전 회장은 많은 정치권 인사들에게 구명운동을 한 바 있으나 저의 원칙적인 모습에 섭섭함을 가진 것은 아닌가 짐작하고, '총리가 사정을 주도했다'는 성 전 회장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그러면서 "검찰은 사회악을 척결해야 하는 책무와 함께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진실을 이기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검찰이 적극 반박하면서 양측은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비서 출신 임모씨에 대한 증인 신문 과정에서 성 전 회장 비서진이 주고받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와 성 전 회장의 일정표를 일부 공개했다. 지난 2013년 4월4일 이 전 총리가 성 전 회장과 만나 현금 3000만원을 건네 받았다는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취지다.

검찰이 공개한 성 전 회장의 일정표에는 지난 2013년 4월4일 성 전 회장이 이 전 총리의 선거사무실을 방문하기로 예정돼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정표에는 이 전 총리의 선거사무실의 주소와 전화번호 등이 적혀 있었다.

검찰은 성 전 회장 비서진들이 나눈 SNS 메시지를 일부 공개하며 "성 전 회장이 이 전 총리를 만나기 위해 사전에 비서진들 간 조율이 이뤄진 것 아니겠는가"라며 "'오후 4시께 (성 전 회장이) 도착할 예정이라고 전달 바란다'라는 비서진 간의 SNS 메시지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전 총리 측 변호인은 "검찰은 증거에 기재된 글 자체만으로 증인 신문을 진행한다"며 "이는 증인의 추측과 해석으로 신문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 전 총리 측 변호인은 또 "SNS 메시지 상에서 지난 2013년 4월4일 당일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성 전 회장이 실제로 어느 곳으로 이동했는지 등에 관한 내용은 존재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임씨는 "성 전 회장이 비서진에게 지시해 돈을 건넸거나, 스스로 쇼핑백을 들고 누군가를 만났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지난 2013년 4월4일 당일 성 전 회장이 이 전 총리와 만났는지에 대해서도 기억나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임씨는 이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성 전 회장을 모시고 이 전 총리의 선거사무소에 갔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다"라면서도 "2013년 4월4일을 의미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와 검찰, 이 전 총리 측 변호인은 증인 임씨의 SNS 메시지 파일이 저장된 이메일 계정을 법정에서 실제로 열람했다. 검찰 측에서는 SNS 메시지 파일을 이메일로 전송하는 과정을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을 시작으로 앞으로 성 전 회장 비서진, 당시 이 전 총리 선거사무소 관계자 등에 대한 증인신문을 차례로 진행할 예정이다.

/박용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