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있는 강강술래, 아리랑만을 '무형유산'으로 한정할 수 있을까?

어쩌면 '무형유산'이라는 것은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모든 삶이 담겨져 있지 않을까? 

영화라는 '아카이브'를 통해 새로운 무형유산들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2015국제무형유산페스티벌(이하 IIFF)이 22일부터 25일까지 국립무형유산원일대 및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곳곳에서 펼쳐진다.

페스티벌은 과거의 자료와 기록들을 의미하는 동시에 역사와 시간, 기억과 같은 다양한 주제를 드러내는 ‘아카이브’를 테마로 활용, 영화상영과 전시 및 미디어 퍼포먼스, 제작 프로그램, 세계적 석학들의 강연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특히 올해에는 세계 무형유산적 가치를 지닌 제주 해녀의 사진과 가상과 실재를 오가는 제주의 사운드, 영상으로 덧입혀진 거대한 설치작품을 통해 신화와 전설의 땅 제주도 해녀에 대한 무형유산을 기록할 예정이다.

개막작에는 포르투갈의 '섬의 노래(감독 조아킴 핀트·누노 레오넬)'가 선정됐다. 이 영화는 페드로가 행하는 조업의 풍경과 일상의 날들을 촘촘히 담아내며 하나의 무형유산인 어부의 날들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더불어 말레이시아의 관습과 미신등을 가벼운 코미디 장르로 우회 비판한 '세상을 구한 남자들', 주인마님을 유혹한 죄로 도망친 집시 노예를 추적하는 경찰과 그의 아들의 긴 여정을 로드무비 형식으로 담은 '아페림', 제주도 해녀가 갈수록 잊혀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담은 '그녀의 전설' 등 무형유산의 가치를 담은 24개국 30여 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또한 올해 처음 시도되는 제작지원 및 프로덕션 프로그램 아이브 프로젝트에서는 ‘형체 없는 것들의 백과사전식 아카이브’라는 주제로 짧은 영상에세이를 제작한다. 

아이브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작가는 영화 '만신'을 비롯해 미술과 영화의 경계에서 활발한 작업을 이어가는 박찬경 감독이 선정됐다. 박 감독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조선시대의 천체도를 소재로 별과 우주의 이야기를 전하는 영상 에세이를 연출해 선보인다.

국립무형유산원측은 앞으로도 아이브 프로젝트를 통해 밤하늘의 북극성, 오르페우스의 피리소리, 바다 속 용왕의 설화 등 형 없는 것들과 관련된 모든 항목을 채워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국제 학술 컨퍼런스도 달라졌다.

국립무형유산원은 올해 IIFF 서번트클라스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무형문화유산을 기록하고 재현하는 다양한 예술적 실천과 아카이빙하는 사례들을 전하는 세계적 명사들의 초청 강연을 마련했다.

올해 IIFF 서번트클라스에는 세계적인 영화석학 메리 앤 도앤이 '로스트 푸티지와 파운드 푸티지:역사의 숭고'라는 주제를, 하버드 대학 산하 감각민족지연구소의 스타 토비 리는 '수련 커뮤니티, 유희공간, 감각민족지연구소'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칠 예정이다.

특별전시 '그레이 아카이브'도 마련됐다.

소리, 춤 등을 기록한 시청각 기록뿐만 아니라 기와장의 거푸집, 대목장의 공구, 무당의 무구 같은 유형 장치에서부터 인간문화재 생활물품에 이르기까지 IIFF는 해마다 새로운 작가를 초청, 무형유산들을 재해석해 새롭게 구성, 전시한다.

올해 그레이 아카이브 작가로 선정된 전주출신 채우승 작가는 이번 그레이 아카이브 특별전시에서 출처의 원칙에서 벗어난 아카이브와 색인이 부재한 더미를 통해 아카이빙의 의미를 물을 예정이다.

성기석 사무국장은 "영상페스티벌을 통해 무형유산이라는 인식을 어떻게 심어줄까 많은 고민을 했다"며 "작년의 보완점을 확실하게 인식해 호평을 받았던 영화들은 유지하고 부대행사들을 넓히는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한편 제2회 국제무형유산영상페스티벌 포스터는 형체 없는 무형의 ‘아카이브’의 공간을 통해 새로운 질서와 의미로 나아가는 변화와 가능성의 순간을 선명한 컬러와 파동으로 표현한 것이다. 

/고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