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유년 가을 9월4일경에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 달라이 라마가 불국토인 한국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김대중재단의 도움도 필요하고 개신교를 비롯한 4대종교 모두의 협조도 필수적이다. 

산이 강을 못 넘는다고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산이 크면, 산맥을 이루면 강도 품을 수 있다. 

결국 우리가 힘을 합쳐서 넘어야 할 산을 다 넘는다면, 이미 강도 함께 넘은 것이 되므로 더 넘을 강도 없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달라이라마 방한 추진위원회에 힘이 모아진다면, 이젠 ‘바다’를 넘어야 한다. 달라이라마가 우리나라에게 오기 위해서 건너야 하는 남지나해나 서해가 아닌 태평양이라는 커다란 바다를 우리가 넘어야 한다. 일본 따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나라가 아닌 우리의 우방으로서 미국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며칠 전 달라이라마의 미국방문 취소는 물론 건강 탓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시진핑의 방중이 더 큰 이유가 될 것이다. 달라이라마를 의식해서 시진핑의 방미가 굳이 먼저 있었던 것은 아닐지라도 중국 외교통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미를 잘 이용할 줄 안다.

 그러므로 달라이라마 존자 역시 정말로 방한하고 싶다면, 앞으로는 시간 나는대로 틈틈이 세계 언론을 통해서 세계적 정치지도자, 특히 미국 대통령 등과 만난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방문의사를 피력하고 협조를 요구하면 된다. 다행스럽게도 그럴 때마다 우리 정부는 대중국 외교에 중요하고 우리에게 유리한 ‘보너스 카드’를 한장씩 받게 된다. 

아니, 히든카드나 죽은 카드, 아니 절대로 쓸 수 없던 ‘달라이라마 방한 카드’를 대중외교에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런 보너스를 받은 우리 정부도 심적으로는 언제까지나 받기만 할 수 없게 된다.

미국의 고마운 압력(?)이 있을 때마다 우리 정부는 물론 북핵 협조 등의 이유를 들어 미국의 제안을 정중하게 사양할 것이다. 

아울러 중국에게는 그렇게 수차레 ‘사양한 덕’을 볼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수많은 서방 세계는 물론이고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에도 방문한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 달라이라마 존자가 우리나라를 못 온 가장 큰 이유는, 아무리 우리 정부가 아니라고 해도 결국 비자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제주도로 모시면 된다고 한다. 누구나 일정조건만 되면 제주도로 관광을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라이라마 존자의 여권은 인도여권이 아니다. 티베트에서 탈출한 ‘망명정부의 사람들’은 인도정부로부터 여행허가서를 받는다. 난민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그리고 제주도에 누구나 올 수 있지만, 여행허가서를 소지한 난민의 경우는 법무부장관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결국 법무부 출입국사무소의 허가가 없다면 난민과 같은 존재인 달라이라마는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하더라도 입국장을 통과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와서 ‘소동 아닌 소동’을 벌일 필요도 있다. 10분도 안 돼 외교부는 물론 청와대까지 대책을 논의하게 할 수 있다. 설사 성공을 못하더라도 다음을 기약하기 위한 참 좋은 한 수가 된다. 그건 외교적인 결례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티베트 지도자가 아닌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의 달라이라마의 마음은 전세계가 연민으로 바라볼 것이기에 그리 손해볼 일도 아니다. 

경유지라는 방식으로 달라이라마가 인천국제공항을 들러 미국으로 간는 방법도 있다. 싱가포르항공을 비롯해서 적지 않은 동남아와 서남아의 항공사들이 먼 거리인 미국을 가기 위해서 중간 경유지로서의 허브공항으로 인천국제공항을 사용하고 있다. 달라이라마 존자가 이런 교통수단을 이용해 거의 24시간에 걸쳐 인천국제공항에 합법적으로 체재할 수 있다. 출발편이 아니기에 대부분의 항공편의 경우 환승장 데스크에서 다음날 편으로의 연기도 가능하다. 

한국에 입국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국에 안 온 것도 아니다. 법적으로는 아니지만 한국에서의 인연은 충분히 만든 것이다. 이런 환승장에서의 체재가 성공할 경우, 아니 성공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우리 불자들은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등의 국적기를 예약하고 2시간 전이 아닌 5시간 전 등 좀 일찍 출국장으로 나가면 달라이라마 존자를 몇 시간에 걸쳐 친견할 수 있다. 영리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즉흥적(?)인 세계최초의 달라이라마의 공항 법회는 그렇게라도 기획할 수 있다.

물론 임시방편적으로라도 잠시 방한할 수 있다. 노령의 달라이라마가 노환을 들어 긴급하게 인도적 차원에서 한국정부에 아산병원 같은 종합병원에서의 정밀치료를 요청할 수도 있다. 단순한 응급처치가 아니라 중대한 병으로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시킨다면 우리 정부가 노벨수상자를 예우하지는 못할망정 목숨이 경각에 달린 달라이라마 존자의 치료차 입국까지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방한에만 목적을 둔다면 방한은 가능하지만, 염원하는 법회 등은 불가능할 듯싶다.

이와 같이,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가능하게 하는 몇 가지 무리한 ‘수’가 있다. 하지만 가장 정공법으로 기획하라면, 미국을 움직이는 것이다. 중국과 유일하게 맞장을 뜰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아니, G2라는 말은 미국이 ‘중국’을 ‘러시아’ 대신 군비경쟁 등에 이용하기 위해 만든 새로운 개념이라는 설도 있다. 지금 상태로서 중국이 미국에 맞장을 뜨려면 앞으로 10년이 걸려도 쉽지는 않을 듯싶다. 결국 미국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 이행을 들어 중국과의 외교전이 심화되는 중요한 계기에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권유한다면 우리 정부도 거부할 수만은 없게 된다. 

문제는 지금과 같이 중국과 밀월관계에 있을 경우, 미국이 굳이 별다른 국가 핵심이익도 없는 그런 일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달라이라마 방한 추진위원회가 미국을 움직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10만 명의 서명을 가지고 미국대사관을 통해서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상원, 하원 그리고 대선에 나온 후보들에게 ‘인류의 보편적 가치’ 이행을 위해 우리 정부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의 달라이라마 방한을 허용해 달라고 보내는 것이다. 물론 국내에서도 동일하게 각계 각층의 인사들에게 편지와 e-메일, 전화 등을 보내야 한다.

특히,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미국대사관의 외교관을 접촉해야 한다. 만나는 족족 바로 미국의 외교관들은 본국에 외교전문을 통해서 한국 내 달라이라마 방한 추진 상황을 보고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보고는 언젠가 미국 국무부뿐만 아니라 CIA, 상원, 하원 그리고 대통령에게도 보고서의 한 줄 쪽지로라도 전달될 것이다. 그러면 미국은 평화 시라도 중국과의 외교에서 ‘달라이라마 방한카드’ 사용을 검토할 수 있다. 

모든 게 부처님 뜻이다. 시절인연이라고도 한다. 2년 전부터 뜻있는 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걸 모르는 이들은 달라이라마 방한을 추진할 때는 방해하더니 왜 그러냐고도 한다. 아니다. 개인적으로 훌륭한 수행자로서의 달라이라마를 한국에서 친견할 수 있기를 서원한다. 하지만 그전에 달라이라마 ‘마케팅’과 ‘리스트’를 걷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수많은 칼럼을 썼을 뿐이다. 

아울러 달라이라마가 방한한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일본 전범기를 국기로 쓰고 있는 티베트 망명정부를 지지하지 않는다. 티베트인들이 분신(소신공양)은 매우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티베트의 독립을 지지할 생각은 아직 없다. 오직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중국과의 21세기 동반자적 관계를 통해서 우리 국익이 보다 극대화되는 과정을 꿈꾸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 국격을 높일 수 있기에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생각할 따름이다. 만약 방한추진위원회에 나와 다른 생각으로 ‘티베트 독립’ 등을 염두에 둔 사람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매우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달라이라마의 방한은 일본 등 다른 나라와 같이 정치적인 부분을 완전히 제거한 채 오직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 ‘종교간 대화’와 ‘티베트 불교 법회’만 해야 할 것이다.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하도겸/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