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야 토끼야/ 산 속의 토끼야/ 겨울이 되면은/ 무얼 먹고 사느냐/ 흰눈이 내리면은 / 무얼 먹고 사느냐// 겨울이 되어도 / 걱정이 없단다/ 엄마랑 아빠가 / 여름동안 모아둔/ 맛있는 먹이가/ 얼마든지 있단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이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초등학교에 다니던 막내 누이가 또래의 여자 친구들과 고무줄놀이를 하면서 부른 노래이다. 그때 나는 속으로 생각해 동물에게 힘든 겨울나기가 있는 것처럼 사람에게도 힘든 겨울나기가 있는 것을 영탄했었다. 동요를 지은 주인공이 강소천 시인이라는 것을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알게 될 만큼, 그 무렵 내 생각의 주제는 살림살이의 가난함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다른 사람들은 곧이들어주지 않을 추억이 한 토막 생각난다. 그 이듬해의 겨울나기는 남편이 대학교수인 가정도 힘들었던 것 같다. 중동문제로 석유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을 때이다. 동네 사람들이 너도나도 산으로 가서 땔나무를 구했는데 그중에는 대학교수 부인도 있었다. 평생토록 험한 일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을 것 같은 부인이 몸뻬 차림의 동네 여인들 속에 섞여서 나뭇단을 머리에 이고서 흑석골 골짜기를 바삐 내려가던 장면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오늘날은 겨울나기가 그때처럼 힘들지는 않은 것 같다. 적어도 보통 사람들은 그런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겨울나기가 힘든 이들이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독거노인에게 관심의 초점을 맞추고 싶다. 독거노인들은 인생 말년을 너무 외롭게 보내고 있다. 자녀의 섬김을 받으며 어린 손자손녀들의 재롱을 즐기며 인생의 끝자락을 곱게 보내는 것이 모든 노인의 소망이련만 그들에게는 그게 허락돼 있지 않은 것이다.
@얼마 전에 신문에 난 사진들을 보고서 지역사회가 어려운 이를 위해서 마음을 쓰고 있는 걸 확인했다. 전주시장을 비롯해 여성 봉사대원들이 길게 줄지어 서서 김장김치를 버무리던 장면이 그 하나이고 전주시 서완산동 용머리 고개의 달동네 사람들을 위해서 연탄을 나르던 호남제일고 여학생들의 모습이 또 그 하나이다. 그들은 모두 환하게 웃고 있었는데 이웃 사랑의 보람은 바로 그런 것이다./ 논설위원 이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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