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징크스는 없었다. 한국이 윤빛가람(21. 경남)의 통쾌한 한 방으로 난적 이란을 따돌렸다.

 조광래 감독(56)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3일 오전 1시25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스포츠클럽에서 열린 2011 아시안컵 이란과의 8강전에서 연장 전반 터진 윤빛가람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그동안 고비마다 이란에 발목이 잡혀왔던 한국은 징크스를 깨뜨리며 2회 연속 4강 진출에 성공했다. 통산 전적과 아시안컵 맞대결 성적도 각각 9승7무9패와 3승1무3패로 균형을 맞췄다.

 한국은 오는 25일 또 다른 우승후보인 일본과 4강전을 치른다.

 조 감독은 앞선 세 차례 조별리그와 마찬가지로 지동원(20. 전남)을 최전방에 두고 박지성(3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청용(23. 볼턴)을 좌우 측면에 배치한 공격 전술을 들고 나왔다. 3경기 4골로 득점 1위에 올라있는 구자철(22. 제주)이 그 뒤를 받쳤고 기성용(22. 셀틱)-이용래(25. 수원)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호흡을 맞췄다.

 4백은 이영표(34. 알 힐랄)-이정수(31. 알 사드)-황재원(30. 수원)-차두리(31. 셀틱)가 먼저 나섰고 정성룡(26. 성남)이 변함없이 골문을 지켰다.

 한국은 경기 시작과 함께 강한 압박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이란 진영부터 압박을 실시하며 상대의 진을 빼놓았다. A매치 99경기째 나선 박지성은 전반 5분 과감한 돌파로 프리킥을 연결하는 등, 시작부터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볐다.

 전반 14분 구자철의 중거리 슛으로 포문을 연 한국은 23분 이용래가 오른발로 골문을 노렸지만 득점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방적인 경기 흐름 속에서도 위기는 찾아왔다. 전반 28분 프리킥을 내준 한국은 수비에 가담한 지동원의 헤딩 처리 실수로 공이 우리 측 골문으로 향했다. 하지만 골키퍼 정성룡이 간신히 몸을 던져 실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한국은 후반 초반에도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후반 17분 차두리의 크로스에 이은 지동원의 헤딩슛은 골과 다름없는 장면이었다.

 이란의 반격도 매서웠다. 잔뜩 움추리고 있던 이란은 시간이 흐를수록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후반 21분과 25분에는 모하메드 칼라트발과 하지 사피의 중거리 슛으로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흐름을 되찾은 한국은 전후반 90분 동안 골을 넣지 못하고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 초반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날리면서 불안한 기색이 드리워진 한국을 살려낸 이는 윤빛가람이었다.

 후반 막판 구자철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은 윤빛가람은 연장 전반 15분 그림 같은 왼발슛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받은 윤빛가람은 공격에 가담한 차두리에게 패스를 주는 척하며 수비수를 따돌린 뒤 과감한 왼발슛으로 조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승기를 잡은 한국은 연장 후반 끈끈한 수비로 이란의 공격을 막아내며 4강행을 확정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