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듣고 가슴 깊숙이 무언가가 뻥 뚫렸어요. 이렇게 창을 잘하는 사람들이 전라북도에 모두 모여있다니, 정말 자랑스러워요"

지난 10,11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펼쳐진 도립국악원 창극단 제48회 정기공연 '천둥소리'에 대한 정은경(25·전주시 금암동)씨의 평이다.

도립국악원 창극단은 지난 6월 메르스로 연기된 의병장 이석용의 이야기를 담은 '천둥소리'를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역사의 주인공을 무대위로 불러냈다.

이번 공연은 올해 선발된 신입단원 김도현, 박추우, 박현영, 한단영이 공연에 본격 합류해 더 주목을 받았다. 신입단원들은 이번 공연에서 기라성같은 선배들 사이에서 만만치 않은 실력들을 선보이며 도립국악원 창극단원으로 확고히 자리잡은 듯했다.

또한 대통령상이 10명이 포함되는 등 늘 실력을 보증하는 무대를 선보이는 도립국악원 창극단들은 이번 공연에서도 어김없이 200%의 창 실력을 발휘했다. 베테랑 창극단들의 구성지고 농익은 소리는 우리 판소리의 정서를 절묘하게 조화시키며 극을 한껏 고조시켰다.   

더불어 조용안 관현악단을 포함한 도립국악원 관현악,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창극객원과 무용객원, 전북대 한국음악학과 학생들, 도립국악원 무용단이 함께해 더 역동적이며 웅장한 무대가 연출됐다.

특히 중요무형문화재 제39호 처용무 이수자 박이표 안무가는 역동적인 안무로 도립국악원 무용단과 무용객원들과 함께 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 창극단들의 귀호강에 더불어 눈호강도 톡톡히 선사했다.

반면 공연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천둥소리'는 120분의 러닝타임(중간휴식 없음)으로 스토리 전개가 늘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총2막16장으로 구성된 이석용 의병장 이야기를 담은 '천둥소리'는 이석용 의병장의 충의를 그린 일대기보다는 기생 채련 이야기 등 그 주변인물의 이야기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또한 2막 11장 '장렬한 결전'에 대한 아쉬움도 잇따랐다. 극 중 가장 클라이막스이어야 할 의병과 일본군의 싸움인 '장렬한 결전'이 일본군이 단 한명도 나타나지 않은채 의병들의 원맨쇼로 싸움이 진행됐기때문이다. 전북대 한국음악학과 학생들을 대거 일본군인으로 다른 막에 객원 출연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결전에서는 단 한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고질적인 음향사고는 어김없이 또 터졌다. 여러차례 등장한 채련이의 마이크가 거의 작동하지 않은 것. 이 때문에  전주대사습놀이 학생부, 일반부, 명창부에서 대상을 받고 창극단 부수석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문희 명창의 심금을 울리는 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어 아쉬웠다는 평이다. 

이석용 의병장이 임실군 출신임을 더욱 드러냈어야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도립국악원이 권삼득과 견훤, 매창, 논개 등을 통해 우리 지역에서 벌어진 굵직한 일들을 작품으로 제작하며 우리지역 정체성 확립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번 천둥소리 공연에서 이석용 의병장이 임실군 출신이라고 제대로 못박는 대사는 2막 11장에 단 한번 나타났기 때문이다. 

/고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