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이나 금융감독원 관계자를 사칭해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돈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일당이 검거됐다.

전주덕진경찰서는 8일 중국에 있는 총책의 지시를 받아 보이스피싱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전달한 혐의(사기)로 홍모(28)씨와 이모(26)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홍씨 등은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의 전화를 받은 피해자들을 전북, 광주, 대전, 서울 등에서 직접 만나 검찰 수사관이나 검사,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박모(26·여)씨 등 6명으로부터 4억 2000만원을 건네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실제 검사처럼 보이기 위해 검정 바지와 흰 와이셔츠를 착용하고 피해자들을 만났으며, 가짜 금융위원회 서류를 준비해 제시하기도 했다.

조사결과 홍씨 등은 ‘고액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를 보고 연락해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가짜 금감원 직원 신분증, 위조서류(금감원발행 현금보관증), 정장 등을 받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중국 조직원과 주로 SNS로 연락하며 전국의 피해자들을 찾아가 돈을 건네받은 후 이를 다시 서울에 있는 조직원에게 건네주고 피해금액의 3~4%를 수고비로 받은 것으로 밝밝혀졌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피해자 집 근처에 설치된 CCTV를 분석해 이동경로를 추적, 기지국 통신수사 및 공조수사를 통해 주거지에서 잠복한 끝에 이들을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대포통장 근절대책으로 은행의 지연인출 제도 등이 도입되면서 대포통장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금감원 등 수사기관 직원을 사칭하고 피해자들을 찾아가 현금을 직접 건네받는 수법으로 진화했다”며 “수사기관을 사칭해 계좌번호 등을 요구할 때는 보이스피싱을 의심, 일체 대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