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통 조껍데기 술집에 앉으면 여기도 씨벌 저기서도 씨벌 씨벌이 살아서 펄펄 날아다니는데 처음엔 귀를 어떻게 간수해야 할 것인지 차마 난감하더니 나도 몇 잔 탁배기에 담궈보니 씨벌 참 좋다 안주는 홍합 말린 구멈ㅇ에다 잣씨를 까서 박아 넣어서 고소하고 역시 씨벌은 씨벌이 알아듣는다

 - 민들레 가시내야 중 조껍데기 술집 

60년 가까이 시를 쓴다고 끼적거린 것이 겨우 이것인가 싶어 정말 쑥스럽고 풍신나고 어쭙잖다는 조기호 시인.

민망하기 짝이 없어 주눅든다는 조 시인이 17권의 시집 중에 얼굴내밀만한 놈을 추리겠다며 총6부에 89편을 모아 선집을 냈다. 

조 시인의 시는 능숙한 해학과 귀여운 욕설에서 오는 통쾌한 쾌감에 주목하면 된다. 

욕설도 보통 욕설이 아니다. 뜬금없는 욕설로 시를 장식하지만 싫지 않은 욕설이다. 

황송문 시인은 조기호 시인의 시를 읽고 "내면의 슬픔을 감춘 채 웃는 얼굴을 보여주는 탈출처럼 그의 욕설에는 슬픔이 녹아있다"며 "비속어를 지나치게 난무하지만 독자에게는 쾌감과 즐거움을 준다. 

그의 욕설은 경쾌하고 상처를 주는 가시가 없기때문이다"고 평했다.

시인 조기호는 전주에서 출생해 전주문인협회 3,4대 회장을 역임했다. 또한 목정문화상, 후광문학상, 전북예술상, 시인정신상 등을 수상했다.

 /고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