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준 장군 추념 '녹두새, 훨훨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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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4년 전라도. 난이 일어났다. 저마다 손에는 낫과 죽창을 들고 녹두장군 전봉준을 따라 농민들이 모여들었다.
120년 전 한반도를 들썩이게 했던 동학농민운동. 동학농민운동의 지도자 전봉군 장군을 기리는 공연 '녹두새, 훨훨 날다'가 전주에서 막을 올린다. 5일 저녁 7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연지홀 전석 2만원.
이번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그동안 항쟁 재현극들이 보여온 사실주의적 상투성을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곁들였다는 점이다.
작품의 구성은 전봉준을 비롯한 항쟁 지도부들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배신자 김경천과 그 주변 인물들의 심리를 깊이 들여다보면서 집단적 저항과 개인의 삶이 씨줄날줄로 얽혀드는 구조를 띠고 있다.
또한 그동안 지역에서 발표한 작업이 모두 하나로 묶인 총체극적 성격을 띤 것도 눈여겨 볼 만하다. 원작시는 오랫동안 동학농민혁명기념 사업에 매진해온 시인 문병학이 썼고 이를 바탕으로 곽병창이 극본과 연출을 맡았다.
안도현의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과 이광재의 평전 '봉준이 온다'의 여러 구절이 작품마다 배어 있으며 민중미술 판의 든든한 기둥인 이기홍과 박홍규의 그림들이 무대의 전면을 채우며 그 날의 기억들을 되살려낸다.
더불어 작품의 중심을 이루는 여러 번의 전투장면은 우석대 태권도학과의 태권 퍼포먼스로 채워져 스케일과 비장미를 증폭시켰으며 창작극회와 판소리합창단 젊은 단원들이 총출동해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소리로 연극적 향연을 준비했다.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 부채한 세상을 불꽃처럼 뒤흔들었던 전봉준의 삶은 비록 41세의 나이로 멈췄지만 지금 그 후예들의 작품에서는 영원히 죽지 않는 녹두새의 모습으로 다시 살아 훨훨 날아오르고 있다.
/고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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