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여행사인 하나투어가 선보인 여행 자금 대출 서비스인 ‘하나투어 투어론’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다. 

여행업계 등에 따르면, 하나투어는 지난해 12월 대부업체인 ‘하나투어 대부’를 설립했다. 일반 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하나투어 여행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만을 대상으로 여행 자금을 빌려주는 업체다.

하나투어는 홈페이지에 만든 ‘금융코너’에서 “여행 비용 많이 부담스러우시죠? 상상 그 이상의 낮은 이자로 준비해 보세요”라고 호객하면서 “여행 자금이 필요할 때 일반 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사용 가능한 하나투어만의 맞춤 대출 서비스다. 신용 등급 하락은 없다”고 '투어론'을 설명한다.

하나투어 대부에 따르면, 대출 자격은 만 20세 이상 하나투어 상품 이용 고객 중 신용 1~6등급인 사람이다. 대출 최고 한도는 500만원, 금리는 할부 개월 수(최장 18개월)에 따라 연 2.49~4.49%다. 신용카드 할부 이율(연 16.9~22.8%)은 물론, 직장인 은행 신용대출 금리(연 6~8%)보다도 훨씬 저렴하다.

하나투어는 ‘이달의 투어론 상품’이라는 명칭으로 기본 금리보다 최대 -1.5%를 더 빼주는 특별상품까지 만들어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달은 ‘일본 홋카이도 4일’(월 5만5000원), ‘미국령 괌 5일’(월 4만9000원), ‘중국 장가계·원가계 4·5·6일’(월 2만59000원), ‘유럽 4·5개국 10일’(월 15만3000원) 등의 상품을 판매 중이다. 

투어론 서비스 신청 후 이용을 확정한 고객에게는 스타벅스 기프티콘까지 선물한다.

여행 자금 대출 상품은 지금껏 중소 여행사에서 대부업체와 제휴해 선보인 적 있으나 여행사가 대부업체를 직접 차려 서비스에 나선 것은 하나투어가 처음이다. 

소비자 반응은 차갑다.

교사 이모(40)씨는 “옛말에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고 한다. 앞서 카드대란에서 드러났듯이 분수에 맞지 않게 일단 대출을 받아 해외여행부터 다녀오고 보자는 사람들이 왜 없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주부 한모(38)씨는 “낮은 이율을 앞세워 과소비를 조장하고, 채무자를 양산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물론 “신혼여행을 가야 하거나 부모님 효도 여행을 보내드리고 싶은데 목돈이 없는 경우 카드 할부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할 것 같다”는 회사원 최모(여·28)씨처럼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소수다. 

여행업계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여행은 어찌 보면 외화 유출인데 하나투어가 저리 대출까지 해주면서까지 국민에게 해외여행을 떠나라고 권하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면서 “유가증권 시장 상장회사에다 업계 1위 업체가 면세점과 호텔 사업에 그치지 않고 대부업까지 한다는 것은 사업 다각화가 아닌 모럴 해저드다”고 비판했다. 

금융 관련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은 거세다.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대표는 “(하나투어 대부의 대출 상품이)은행 신용 대출보다 이율이 저렴한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하지만 대출자의 직업이나 상환 능력이 아니라 현재의 신용등급 만을 보고 대출을 해주게 되면 대학생, 무직자 등 상환 능력이 낮은 사람들도 제한 없이 대출을 받아 여행을 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하나투어처럼 선도기업이라면 사내 유보금을 생산적인 분야에 투자해야지 자금 조달 비용 거의 없다고 해서 대부업에 이용해 이자 수입도 챙기고 여행 상품 수입도 챙기는 꼼수를 부려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성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