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씩 물구나무를 설 때가 있습니다. 씨름부 감독을 하다 보니 선수들과 함께 물구나무서기를 할 때도 있고, 개인 운동을 위해 할 때도 있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닙니다. 

헬스장에선 기구의 도움을 받아 쉽게 할 수 있지만, 혼자 힘으로 하려면 금방 무너집니다. 

집에서 몸을 벽에 붙이고 물구나무서기를 해도 얼마간 버티다가 그만 무너지고 맙니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팔과 허리가 아프며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득 물구나무는 몸의 자세만이 아니라 정신 상태와 관련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떻게? 우리는 무슨 일을 하려면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중요한 일은 먼저 하고 사소한 일은 나중에 합니다. 몸에 비유하자면, 먼저 할 일은 머리에 해당하고 나중에 할 일은 발에 해당된다는 것인데, 장자(莊子)는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사람들이 실제로 물구나무를 선다는 뜻이 아니라 뭔가 거꾸로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중요한 일과 사소한 일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고, 먼저 할 일과 나중에 할 일을 구별하지 못한 채 허둥지둥 바쁘게 살아간다는 말입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실제로 물구나무를 서면 금세 무너져 바른 자세로 돌아오는데 성격은 여전히 뒤집힌 채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몸으로 물구나무를 선 사람더러 “왜 저렇게 힘든 물구나무를 서고 있느냐?”라고 말할 줄 알면서, 정작 자신의 가치가 전도돼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는 줄도 모르는 것입니다. 장자는 이런 사람을 도치지민(倒置之民)이라고 부릅니다. 도치지민은 글자 그대로 거꾸로 선 사람입니다. 거꾸로 된 세상에 자기를 맞춰 살기 위해 거꾸로 살아가는 사람 말입니다. 

도치지민은 몸으로 물구나무를 서라고 하면 이삼 분을 버티기 힘들어 하면서, 마음으로는 중요하지도 않는 것을 금은보화처럼 여기고, 세상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에 신경 쓰느라 자기 내면의 소리를 외면합니다. 어째서 그럴까요? 장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외물에 흔들려 자기를 잃어버리고, 세속에 휘둘려 본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장자에 따르면, 옛날 사람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 자체에서 득지(得志)를 찾았습니다. 득지(得志)는 자기 뜻대로 일이 풀려나갈 때 얻는 즐거움입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큰소리칠 수 있는 자리에서 득지를 찾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벼슬해야 자기 뜻을 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벼슬은 누군가의 필요성에 따라 우연히 자기에게 찾아온 것이지, 원래부터 자기 몸에 붙어있는 것이 아닙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벼슬에 대해 거리감을 두면서 반드시 받지 않겠다고 거부할 필요도 없고, 떠나게 되면 떠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조그만 자리라도 무조건 차지하려고 하며 놓치지 않으려고 하니, 무리를 하고 억지를 부리게 됩니다.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장자는 외물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주목하라고 말합니다. 

자기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지 못한 채 사람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끌어가는 것이 바로 외물입니다. 

그리고 외물에 눈이 멀어 자기 자신을 잃고 세속 가치에 휘둘리는 사람이 도치지민입니다. 화무십일홍이고 권불십년이라고 눈에 보이는 것치고 오래가는 것은 없습니다.

김용웅 / 전주대 씨름부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