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시 옥색 치마 금박 물린 저 댕기가”란 가사가 떠오르는 하루!

댓돌 위에 놓인 하얀 고무신!

동백기름 머리에 발라 참빗으로 내리 빗어 옥색 비녀 꽂으시고 흰 저고리와 옥색 치마를 입으셨던 단아한 우리 외할머니가 생각나는 하루였다. 

외할머니가 입으셨던 치마의 옥색은 어떻게 만들어진 색일까?

그 답을 고창읍성 생생문화재 염색 체험에서 찾게 되었다.

자연에서 염료를 채취해 물을 들이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전해지는 하루!

광복 70주년 기념하기 위해 고창읍성 내에서 천연 염색 체험이 이루어졌다.

고창읍성 빈터에 옮겨 심어서 자란 쪽을 베어다가 옛 방식은 아니지만 기계로 갈아서 얼음을 넣어 차게 하여 하얀 비단을 생쪽 물에 넣자 처음에는 초록색으로 풀물이 들더니 나중에는 옥색으로 변해서 빨래 건조대에 널어진 풍경은 오고 가는 이의 발길과 눈길을 잡고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쪽에서는 큰 고무 통에 얼음과 쪽을 갈아 넣고 읍성을 찾는 아이들에게 더위를 식혀 주었다. 

쪽은 예로부터 아토피 아이들에게 좋다는 말은 들어왔지만 직접 그 속에서 노는 아이들이 부러워 나도 손을 담그고  동심으로 돌아가 손톱에 물이 드는 줄도 모르고 놀았다.

함께 온 부모들은 아이들의 놀고 있는 순간을 놓칠까 봐 가까이서 더 멀리서 거리를 두어 가며 셔터기를 눌러 추억을 담느라 분주하였다.

같은 그릇에 손을 담그고 염색할 천들을 주무르는 동안 금세 친해져 어디서 왔느냐 숙소는 어디냐며 묻고 대답하는 사이에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들처럼 친해져 가고 있었다.

체험 객은 대부분이 외지 분들인데  제주에서 오신 분들은 “고창은 바다 와 산 그리고 논밭이 있어 살기가 참 좋아 보인다”라며  어떻게 아름답게 잘 가꾸어 놓고 이런 좋은 체험을 하느냐고 물어 오자 체험 동아리 들하담(들꽃하늘담아)의  영란 씨와 보영 씨는 고창 전 지역이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지정되었다는 얘기며 고창 고인돌의 역사 그리고 고분 등 거미가 실을 뽑듯 계속해서 끊이지 않고 자랑을 하였다.

체험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즈음에 아이들은 쪽색 물이 든 손톱을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 물이 빠지냐고 물었다.

나는 속으로 고창읍성에서의 염색체험이 오랫동안 기억되기를 바라면서 아이들에게 “ 입었던 옷 빨고 걸레를 빨아 청소 자주 하면 빠진다”라고 답하자 옆에 있던 아이들 엄마도 맞장구를 치며 좋아했다.

날씨도 처음에는 햇볕이 쨍쨍 쬐더니 나중에는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널어놓은 옥색 천이 날려서 파도가 일어나며 고창읍성은 쪽빛으로 물들어 갔다.

정명숙 고창군청 문화관광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