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로운 사람들은 행복합니다. 그들이 자비를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태복음 5장 7절에 나오는 말씀이다. 성서의 용례에서 ‘자비’로 번역되는 원어들은 매우 인간적이다. 거기에는 불쌍한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있다. 불우한 사람들을 친절하게 대하고 구제해주려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는 그 누구보다도 진실한데 당신께서는 산상수훈의 현장에서 먼저 온갖 병든 자들을 고쳐주셨던 것이다.
성서에는 자비로운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그들은 의인으로 평가된 사람들이다. 그런데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그것은 그들이 의인이어서 자비로운 게 아니고 자비로웠기에 의인이 됐다는 점이다. 그만큼 자비는 인간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행할 수 있는 덕목이다. 아주 높은 신성(神性)만이 자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가 말씀하신 사마리아 사람의 예는 설득력이 아주 높다. 당연히 기대되는 바로는 제사장이나 레위 인이 자비가 많아야 했지만 그들은 그렇지가 못했다. 참다운 이웃은 동족이냐 아니냐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고 직책이나 명망에 달려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며칠 전 KBS 텔레비전 프로를 보고서 혼났다. 눈시울이 뜨거워져 자꾸만 눈시울 쪽으로 손이 갔던 것이다. 심야프로 <울지마 톤즈>를 시청했던 것인데 시청자들 대다수는 나처럼 눈물을 흘렸을 거라는 짐작이다. 이태석 신부의 헌신이 너무나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를 가리켜 ‘슈바이처’라고 했지만 봉사와 헌신의 열도에 있어서는 ‘람바레네의 성자’ 보다 더 뜨거웠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그에게는 노벨 평화상보다도 훨씬 명예로운 그 무엇이 추서돼 마땅하다. 그것은 다른 무엇이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의 글 중에는 <리브 울만의 사랑을 기억하기 위한 비망록>이라는 졸시가 있다. 거기 테레사 수녀를 높게 평가하는 대목을 보고서 나를 천주교인으로 짐작한 이가 있었다. 교황요한 바오로 2세와 김수환 추기경을 높게 평가하는 말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 같은 짐작은 사실로 굳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천주교인이 아니다. “자비로운 사람들은 행복합니다. 그들이 자비를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라는 산상수훈의 말씀 앞에서 한숨지으며 고민하는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논설위원 이 희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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