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의 하늘이 타는 듯이 뜨겁다. 염천(炎天)의 날씨다 삼복더위가 한창이다. 말복과 입추를 앞두고 각렬한 태양은 하루 종일 달구어 놓아 폭염경보가 내려지는 등 가마솥 더위가 이어져 많은 사람들의 밤잠을 설치게 한다. 

요사이 며칠은 바람 한 점 없는 심술궂은 날씨로 한밤의 열대야로 견디기 힘들다. 금방 샤워를 했는 데도 끈적끈적한 피부에 감기는 이불은 불쾌감마저 들게 한다. 

"이럴 때는 까칠까칠한 삼베 이불이 제 격인데…." 현대에는 선풍기나 에어컨으로 더위를 쫓고 여름을 보내지만, 옛 우리 조상들은 죽부인이나 삼베 이불과 옷 등으로 더위를 동반자삼아 느낌과 여유로운 마음으로 여름을 이겨왔다. 

그 중에서도 삼베는 고조선 시대부터 우리민족과 함께해 온 대표적인 서민들의 여름 옷감이다. 빳빳하게 풀을 먹여 다림질한 옷은 정갈함과 단아함이 돋보이고 몸에 달라붙지 않은 까슬까슬한 느낌이 그만이다. 

이처럼 삼베옷이 우리민족의 여름옷으로 서민들의 사랑을 받게 된 데는 원료가 되는 대마포가 우리나라 기후조건에 적합해 어느 곳에서든지 재배가 쉽고 가격 또한 저렴했기 때문이다. 

특히 삼베의 섬유질은 다른 종류에 비해 매우 길며 면보다 10배 정도의 내구성이 강하다. 숨쉬는 직물로도 알려져 있는 데 면에 비해 20배나 빠른 수분흡수력과 배출력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또한 여름철 피부의 적(敵)인 자외선 차단 기능까지 갖고 있다니 여름옷으로 각광 받을 만하다.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대부분의 직물이 항균처리한 후 직물을 삶거나 세탁하게 되면 항균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데 삼베는 지속적으로 항균·항독성을 유지한다고 한다. 

우리조상들의 생활 속에서도 항균작용이 있는 삼베를 많이 사용하여 부엌에서 행주로 사용한다든지, 

생선을 건조할 때나 고추장, 된장 항아리를 삼베포로 덮어두었던 것은 생활 속에 지혜였던 것이다. 삼베를 수의용 (壽衣用)으로도 사용해 왔는 데 이의 유래를 살펴보면 신라의 마지막왕인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나라를 잃은 설움에 누더기 삼베옷을 입고 금강산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당시 서민들이 이를 망자(亡子)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하는 상복(喪服)으로 입게 되면서 정착됐다고 한다. 이는 삼베가 친환경적인 직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삼베는 항균작용과 함께 쉽게 흙 속에 흡수되기 때문에 수의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삼베가 서민들의 생활 속에서 주로 사용 돼 왔다면, 실의 밀도와 등급이 높아 저마포라 불리던 모시는 생육조건이 까다로워 일부지역에서만 재배가 가능했기 때문에 공급이 많지 않아 귀족들의 옷감으로 많이 사용됐다. 

삼베와 모시 모두 까슬까슬하고 시원한 마섬유의 특성 때문에 여름옷으로 많이 사용됐는 데 특히 삼베는 투박하지만 질기고 수명이 길어, 서민들과 애환을 같이 했던 질그릇이나 뚝배기 같은 존재였다. 

이렇게 항상 서민의 생활 속에 같이 했던 삼베가 왜 우리의 문화에서 잊혀져 가고 있는 것일까? 

현대인들은 그런 뛰어난 기능도 모른 채 여름철 서민들이 사용하던 볼품없는 누런색 옷, 터부시되던 수의용 옷, 패션감각이 없는 구겨진 거친 옷감만을 떠올리는 것은 아닐까? 

어렸을 적에 보았던 단아하게 삼베옷을 차려입은 사람들의 모습이 그립다. 아련한 옛 추억을 간직한 옷, 조상들의 지혜와 멋을 간직한 삼베옷으로 올 여름은 에너지 절약은 물론 시원한 여름을 보내면 좋을 듯싶다. 

이옥수/지방부 부안주재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