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입을 모아 롯데그룹 '왕자의 난'을 맹비난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사태를 계기로 구체적인 '재벌개혁'에 나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3일에 이어 4일에도 롯데 사태를 비난하며 경영권 개선을 촉구했다. 다만 새누리당은 사태수습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전선확대를 통한 전체 재벌개혁에 방점을 찍는 등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됐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전날 친박계의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나서 "롯데 뿐 아니라 대한민국 재벌에 무엇이 문제인지를 살펴볼 때"라고 강조했던 것과 달리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롯데'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는 휴가를 마치고 첫 국무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이 롯데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불거진 재벌개혁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김영우 수석대변인만이 논평을 통해 롯데그룹에 경영권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그 역시 롯데의 경영권 개선만을 촉구했을 뿐 재벌 구조개혁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 대변인은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이라며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저질 폭로와 진흙탕 싸움이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롯데가 재계 5위의 대기업이 된 것은 대주주 일가 몇 사람의 공 때문이 아니라 묵묵히 제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직원들과 기업을 신뢰한 소비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지배구조의 불투명성과 후진적 경영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이상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도록 혁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종걸 원내대표 등 다수의 의원들이 나서서 "한국의 재벌엔 경영은 없고 지배만 있다"며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재벌 대기업은 '슈퍼갑'"이라며 "재벌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는 그 자체로 우리 경제에서 핵심적인 위험 요인,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의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최재천 정책위의장도 "한국의 재벌에는 경영은 없고 지배만 있다"며 "세무조사와 사정은 보충적 수단일 뿐, 근본적인 해법은 되지 못한다"며 지배구조 개혁과 순환출자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이석현 국회부의장도 "재벌 지배구조 폐해는 반드시 손봐야 한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재벌개혁이 노동개혁보다 우선순위임 깨닫고 재벌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민 법사위원장 역시 "롯데 사태와 관련해 새누리당이 마치 재벌개혁에 앞장서는 것처럼 나서고 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 법안들이 다수 제출돼있으니 롯데 사태에 앞장서는 척만 하지 말고 법안 처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