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의 “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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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저 달이 왜 나만 따라와요?
달려가면 빠르게 쫓아오고 천천히 걸어가면 천천히 따라오던 달을 가리키며 할아버지께 물었던 적이 있다
할아버지는 웃으시며 “저 달이 우리 손녀 가는 길 밝혀 주려 마중 나왔단다."라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
이제 할아버지는 고인이 되셨지만 내 어릴 적 짚으로 방석을 짜기 위해 새끼를 곱게 꼬시면서 젊은 시절에 겪었던 만주 이야기며 형제들끼리 잘 지내라며 기러기에 얽힌 이야기 등 동화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셨다
며칠 전 할아버지가 들려주셨던 그 집!
유년의 꿈과 이야기가 남아 있는 친정집에 다녀왔다
모기향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는 마당에 매트를 깔아 온 가족이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구름 속에서 달이 움직이고 있네”라는 말에 모두가 하늘을 쳐다봤다
구름 속에서 수줍은 달님이 고개를 내밀고 보석을 뿌려 놓은 듯 반짝거리는 무수한 별빛이 머리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어릴 적 모닥불을 피워 놓고 모기를 쫓으며 평상에 누워서 보았던 별 무더기보다는
성글게 박혀 있기는 하지만 오랜만에 여름밤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고 별을 본다는 게 가슴을 뛰게 하는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밤이 깊어 가도 아이들은 잠 잘 기미가 보이지 않고 마당에 쳐 놓은 텐트 안에 있던 아이들 중 목포에 살고 있는 범수는 “선운산에 동백 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라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경기도에서 온 현수는 고창의 달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함께 있던 제혁이와 준혁이도 숨소리도 내지 않고 하늘을 쳐다보며 형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아이들은 달과 친구가 되어 동화 작가가 되고 관객이 되어가는 밤이었다
밤은 깊어 가고 팔순을 바라보는 엄마는 오십이 넘은 딸자식 건강을 해칠까 봐
밤이슬 맞지 말고 방으로 들어가 자라며 성화셨다
내 마음은 이미 고창의 달이 떠서 사라지지 않은 밤인데 속도 모르고 엄마는......
오늘 있었던 달 이야기는 먼 훗날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그들의 아이들을 데리고 외가를 찾게 된다
면 나와 같은 달 이야기를 추억할까?
하늘에 떠있는 달을 쳐다보며...
정명숙 고창군청 문화관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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