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에 교통사고까지 큰 일날 양반이네. 합의금만 주면 사고처리는 없던 일로 해드리죠.” 

지인을 상대로 같이 술을 마신 후 음주운전을 유도한 뒤 다른 일당이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합의금을 뜯어낸 전문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8일 지인을 불러내 함께 술을 마신 뒤 음주운전응 하는 지인의 차량에 고의로 경미한 사고를 내고 합의금을 챙긴 혐의(상습공갈 등)로 총책 이모(35)씨와 유인책 김모(32)씨 등 3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또 범행에 가담한 행동책 곽모(43)씨 등 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지난 4월 29일 저녁 8시께 완주군 소양면 한 농협 앞에서 음주 운전을 하는 지인 A씨의 차량을 뒤따라가 고의로 추돌사고를 낸 뒤 합의금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 등 전문사기단 일당은 이날 유인책 김씨와 함께 술을 마신 A씨의 차량을 뒤따라간 뒤 교통사고를 내고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합의금 명목으로 4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조사결과 이씨는 범행을 총괄하는 ‘총책’, 김씨는 피해자를 유인해 술을 마시게 하는 ‘유인책’, 곽씨 등은 고의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행동책’으로 각각 역할을 분담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수법으로 이들은 지난 2013년부터 최근까지 전주와 완주에서 모두 19차례에 걸쳐 5520만원 상당의 합의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지인을 상대로 음주교통사고 합의금을 챙겨왔던 이들의 범행은 사고 경위가 의심스럽다는 생각을 가진 한 피해자의 경찰에 신고하면서 끈질긴 수사에 들통이 났다. 

경찰 관계자는 “역할을 분담한 사기단 일당의 치밀한 범행에 노출된 피해자 대부분이 고의 사고라는 사실을 알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들이 음주운전을 했다는 약점이 잡혀있다보니 보험이나 사고 처리를 하지 않고 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치밀한 범죄 수법으로 고의 교통사고 사기행각을 벌여온 이들의 여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박용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