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을 상징하는 '윙 심벌' 등 상표 소유권을 둘러싼 금호가(家) 형제 그룹 간 분쟁에서 법원이 사실상 박찬구(67) 회장이 소유한 금호석유화학그룹(금호석화)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금호석화는 기존과 같이 금호 상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된다. 박삼구(70) 회장이 소유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독자적으로 상표권을 소유하려 했으나 사실상 실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2부(부장판사 이태수)는 17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금호산업이 금호석화 등을 상대로 낸 상표권이전등록 청구소송에서 "금호산업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다만 지난 2010년 금호산업 직원들이 금호석화로 소속을 변경함에 따라 발생한 퇴직급여충당금 등 총 29억3700여만원의 채무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상표사용계약은 금호석화가 상표지분을 상당 부분 이전받은 이후에 체결된 것"이라며 "상표지분이 이전될 무렵 명의신탁약정이 체결됐음을 인정할 아무런 처분문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금호산업의 전략경영본부에서는 상표계약이 체결될 무렵 금호석화를 명목상 권리자가 아닌 완전한 권리자도 인식하고 있었다"며 "계열사들로부터 징수할 상표사용료에 관한 계획안에도 금호석화가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금호석화는 상표권 관련 국내외 상표출원, 등록 및 명의변경에 소요된 비용을 알리는 통지서를 받은 바 있다"며 "이는 금호석화가 상표 권리자로서 비용을 부담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맥락에서 금호산업과 금호석화 사이에서 명의신탁에 따라 상표지분이 이전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명의신탁은 실질적인 소유권을 제3자의 명의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재판부는 "금호산업이 금호석화에 대한 상표지분 이전 청구는 이유 없다"며 "일부 계산상 착오가 있어 (청구를) 인용했지만 실질적으로 원고 패소 취지"라고 설명했다.

소송 대상인 상표권은 '금호'가 포함된 상표와 2006년부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써온 '윙 심벌' 등에 대한 소유권을 말한다. 

박삼구·박찬구 형제의 부친인 고(故)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호를 딴 '금호' 상표권은 1972년 금호산업의 전신인 금호실업이 출원·등록했다. 이후 금호타이어를 거쳐 금호산업으로 넘어갔다.

그러다 2007년 3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 양대 지주회사 체제로 출범하면서 두 회사가 상표권을 공동 등록했다. 양사는 실제 권리는 금호산업이 갖기로 하는 상표 계약서를 작성했고 금호석유화학은 상표 사용료를 상표 권리자인 금호산업에 지급해왔다.

하지만 2009년 박삼구·박찬구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금호석유화학을 중심으로 독립 경영에 나선 박찬구 회장이 2010년 상표권료 지급을 중단한 것이다. 

이에 2013년 9월 금호산업은 "공동 상표권자로 등록된 금호석유화학의 상표권 지분을 실제 권리자인 금호산업으로 이전하라"며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상표권 소송을 제기했다.

/송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