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변호사 1052명이 법원 재판연구원(로클럭) 근무 당시 관여했던 사건을 변호사 시절 수임해 변호사법 위반 의혹에 '후관예우' 논란까지 제기된 경력법관을 사퇴시키라는 성명서를 13일 대법원에 제출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환봉(38·사법연수원 36기) 사무총장과 임제혁(38·39기) 대변인은 이날 변호사 1052명을 대표해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해당 경력법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성명서 제출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경력법관 임용 과정에서 대법원이 보여준 모습은 국민의 사법 신뢰 자체를 갉아먹는 행위였다"며 "문제의 경력법관은 자진사퇴하고 대법원도 분명히 입장을 표명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변호사 단체에서도 법관 시절 소속 재판부에서 사건을 수임하다가 변호사로서 해당 사건을 다시 담당할 경우 분명히 징계를 신청하고 있다"며 "(그러나) 대법원만큼은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절대로 취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경력법관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제도 운용 과정에서 현재 대법원이 보여주는 모습은 국민들의 납득이 어렵고 법원을 신뢰할 수 없는 형태"라고 강조했다. 

 

 특히 대법원이 이 같은 논란에도 해당 변호사를 경력법관에 임용한 것과 관련, 이들은 "신뢰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으면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을 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사건을 실제로 맡고 안 맡고를 떠나 국민들이 보기엔 이미 신뢰가 실추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초 대법원이 경력법관으로 내정했던 변호사 박모(31·여·변호사시험 1회)씨는 로클럭 근무 시절 맡았던 사건을 변호사 활동을 하며 수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대법원은 그러나 법관인사위원회 결정에 따라 박씨를 예정대로 경력법관으로 임용했다. 

 대법원은 "박씨가 해당 사건 담당 재판부 소속이었던 것은 맞지만 해당 사건을 취급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박용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