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마을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급속한 상업화의 주범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쓴 꼬치구이점이 한옥마을에서 퇴출된다. 

3일 전주시에 따르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해양수산부에 닭꼬치·문어꼬치 등이 패스트푸드인지에 대해 문의한 결과, ‘지자체에서 판단할 문제’라는 답변을 듣고 패스트푸드라는 판단을 내렸다. 

한옥마을에 성업중인 꼬치구이전문점이 패스트푸드라는 판단을 내린 전주시는 식품 관련학과 대학 교수와 변호사, 담당부서 공무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어 논의한 끝에 한옥마을 내 꼬치구이점을 영업취소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같은 전주시의 한옥마을 꼬치구이점 퇴출 결정은 전통문화구역 지구단위계획에 기반한다. 전주시는 지난 2011년 11월 전통문화구역(한옥마을) 지구단위계획을 강화해 상업시설 중 피자와 햄버거를 비롯한 패스트푸드점 등 한옥마을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업종의 입점을 제한하고 있다. 

변경된 지구단위계획은 피자와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점의 전주 한옥마을 입점을 금지하고, 주막과 같은 전통 이미지에 맞는 상업시설만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주시는 한옥마을에 편의점,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일식·중식·양식 등 외국계 음식점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시는 전통문화구역 지구단위계획 변경 이후 입점한 꼬치구이점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영업취소 대상을 선정하는 등 관련 행정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옥마을에는 현재 모두 19곳의 꼬치구이점이 영업 중이다. 태조로에 11개소, 은행로 3개소, 경기전길 3개소, 향교길 2개소 등이다.

전주시가 전격적으로 한옥마을 꼬치구이 퇴출을 결정한데 대해 꼬치구이점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19곳의 꼬치구이점주들은 꼬치구이연합회를 결성, 전주시의 영업취소 결정에 조직적 반발을 예고하고 있다. 

한옥마을 강제 퇴출에 거세게 반발하는 상인들과는 달리 대다수 시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실제 한옥마을 퇴조로에서 만난 직장인 곽모(33)씨는 “친구들과 한옥마을을 자주 찾는데 한 집 건너 꼬치구이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옥마을인지 꼬치마을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라며 “당장의 이익만 계산할 때가 아니라 전주의 정체성을 간직한 한옥마을을 지킬 때 관광객들의 발길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전문가들과 논의한 결과 꼬치구이도 패스트푸드의 한 형태라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며 “고즈넉한 분위기의 한옥마을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위생 논란 등 민원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전주의 정체성을 지키고 한옥마을 국제슬로시티 재인증을 위해 꼬치구이 퇴출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