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진보신당(노동당)이 '후원당원' 명목으로 노동조합으로부터 받은 기부금은 불법 정치자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4일 기업 노조로부터 불법 후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옛 진보신당 전 사무총장 이모(54)씨와 전 살림실장 김모(48)씨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이들에게 각각 벌금 500만원과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들에게 불법 후원금을 낸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SK브로드밴드 노조 위원장 이모(47)씨와 LIG손해보험 노조 부위원장 김모(47)씨, 상급단체인 전국사무금융노조연맹의 대외협력실장 이모(45)씨 등 노조 간부 8명 역시 각 벌금 70만~300만원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후원당원'은 오직 정당에 대한 재정적인 후원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선거권, 피선거권 등 정당에 대한 권리·의무가 전면적으로 배제돼 있어 정당법에서 정한 '당원'이라고 볼 수 없다"며 "정당법상 당원이 아닌 이들로부터 기부금을 받은 것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이 받은 기부금에 대해선 "노조의 이름으로 송금된 것은 단지 조합원들의 자금을 모아 보내는 과정에서 연말세액공제 업무 처리의 편의를 돕기 위한 것일 뿐, 조합원들이 각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개별적으로 기부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정치자금법에서 금지하는 '단체의 자금이나 단체와 관련된 자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위법한 방법으로 기부금을 받은 것은 맞지만 정치자금에서 금지하는 단체의 자금 내지 단체와 관련된 자금은 아니라는 취지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후원당원은 당원이 아니라는 종전 대법원의 법리가 다시 확인됐다"며 "기부금은 노조원 각 개인들의 자금일 뿐, 노조의 자금이거나 노조와 관련된 자금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사무총장은 김 전 살림실장과 함께 2009년 12월 후원당원으로 가입돼 있는 기업 노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1인당 10만원씩 후원금을 기부한 뒤 연말에 세액공제를 받도록 하는 방법으로 1억8천여만원을 불법 모금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살림실장은 같은 기간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은 계좌를 통해 불법 정치자금 1억5100여만원을 받은 혐의와 함께 수천만원의 정치자금을 횡령한 혐의도 받았다.

 1·2심은 "옛 진보신당의 당원 규정이나 후원당원의 지위 등에 비춰볼 때 노조 조합원들을 정당법상 일반당원으로 볼 수 없다"며 "위법한 방법으로 거액의 정치자금을 수수한 점이 인정된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정당은 소속 당원으로부터 당비를 받을 수 있지만 직접 후원금을 받을 수는 없다. 

 정당이 직접 후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가 2006년 3월 폐지되자 당시 민주노동당은 '후원당원'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당비를 납부 받았다. 2008년 3월 민노당에서 분당한 옛 진보신당은 '후원당원 세액공제사업'을 도입·운영했다.

/박용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