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규제개혁을 통한 투자활성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기업투자와 직결되는 입지규제 등에 여전히 불합리하거나 숨은 규제가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11~12월 11개 중앙부처와 15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투자활성화 대책 추진 실태를 점검한 결과 이 같은 내용을 비롯해 총 27건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고 23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장관회의 등을 통해 확정된 투자활성화 대책 320건 중 94%(302건)는 이행이 완료됐거나 정상 추진 중이었다.

그러나 일부 과제의 경우 이미 시행중인 사항을 신규 규제개선 과제로 재선정하거나 후속조치가 지연되는 등 이행실적이 부진한데도 이에 대한 보완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범정부 차원의 투자활성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입지·창업 분야에서 불합리한 규제가 그대로 남아 있거나 소극적 행정처리로 인해 기업의 투자활동이 저해되는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감사원은 이를 ▲불합리한 규제 존치 ▲숨은 규제 운영 ▲규제개선 후속조치 미흡 ▲소극적 업무처리 등의 유형별로 공개했다.

우선 불합리한 규제와 관련해서는 계획관리지역 내 화학제품제조시설은 오염배출 수준과 관계없이 원천적으로 입지를 제한한 국토계획법 시행령이 지적됐다.

유기농업자재(비료), 천연식물보호제(방향퇴치제) 등을 생산하는 화학제품공장은 관련 법에서 쌀겨나 숯 등 천연소재만을 원료로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제조공정을 엄격히 관리해 오염수준이 낮은데도 계획관리지역 내 입지가 제한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산지관리법에 따라 농림지역 내 임업용 보전산지는 전용허가를 통해 공장설립이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도 공장 증축은 국토계획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것도 불합리한 규제로 지적됐다. 

감사원은 불법 경작중인 산지를 도시개발 등을 위해 전용할 경우 하나의 개발행위인데도 부담금을 이중으로 부과된 사례도 확인했다. 지목(地目)은 산지이지만 사실상 농지로 사용된 토지를 다른 목적으로 전용할 경우 농지법에 따른 농지보전부담금과 산지관리법에 따른 대체산림자원조성비가 중복 부과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영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