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정보회사나 신용카드사 및 금융기관 등이 카드빛이나 대출금을 받아내기 위해 ‘제3자 민원신청’이라는 규정를 악용, 채무자의 주민등록이 직권말소될 수 있는 현행제도는 문제가 있다. 이들에 의해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람 수가 지난 한해 전주시 관내에서만 700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를 따지면 수천 명에 이를 것이고 전국적으로는 수만 명이 넘을 것이다. 얼핏 따져 전년도, 전 전년도까지 합친다면 그 수가 수십만 명을 헤아리고도 남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주민등록이 말소되면 의료보험 혜택 제외, 취업제한, 선거권 불능 등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진다. 한 마디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지위나 자격을 박탈당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그리고 그것은 심각한 기본권의 침해에 직결된다. 물론 카드사나 금융회사의 빚을 갚지 못한 것은 본인의 의무나 책무를 다하지 못한 데서 온 본인 책임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전적으로 그들에게 책임이 있는 것만은 아니다. 정부의 정책적 책임, 사회적 책임도 있다.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정책을 펴는 정부나 사치와 낭비를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의 책임 말이다.
정부는 그 동안 신용사회 구축이라는 명분으로 카드사용을 제도적으로 권장해 왔다. 실제는 세원확보 차원이었지만. 어쨌든 소비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황에서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 성향의 국민들에게 갑자기 불어닥친 카드세례는 엄청난 부작용을 부르면서 상당 국민들을 신용불량자들을 양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와 함께 명품선호, 유행풍조 속에 과소비를 부추기는 사회풍조 속에 절제 능력에 한계가 있는 사람들이 이를 버티기란 결코 쉽지 않음에도 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그런가 하면, 이들의 직권말소 제청에 따른 행정낭비 또한 보통 일이 아니다. 아무튼 제3자에 의한 주민등록 직권말소가 가능한 제3자 민원신청 제도는 없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