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실상 추가경정예산 편성 검토를 공식화하면서 적정한 추경 규모와 시기에 대해 관심이 집중된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메르스 사태가 최근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 추경 편성을 포함한 경기 보완 대책을 마련해 6월 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담을 예정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추경 검토 여부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했다. 최 부총리는 "추경 편성이 필요하면 가능한 한 빨리 하는 것이 좋지만, 최종 판단은 6월 말까지 경제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경기 보완 방법에 대한 직접 언급을 피했던 최 부총리가 추경 검토를 공식화한 것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금까지 메르스 사태가 경기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 메르스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깨고, 이번주에도 추가 감염자와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메르스 사태가 내수에 미치는 충격은 2009년 신종플루나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관광, 문화, 여가 등 서비스 업종과 소비 부문이 크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

 지금까지 방한을 취소한 외국인 관광객은 10만8000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6월 관광수입 손실액은 1억1000만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백화점, 대형마트, 면세점, 음식점 등의 매출액은 세월호 참사 직후였던 지난해 5~6월과 비교해도 크게 감소했다.

 ◇추경 규모와 시기가 관건

 추경을 편성하게 된다면 그 사유는 '경기 침체 우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는 "메르스 사태는 자연 재해는 아니기 때문에 대규모 경기 침체라는 부분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경기 부양 목적인 만큼 추경 규모는 20조원 안팎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2013년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면서 세출을 확대하는 데 5조3000억원, 세입 결손을 보전하는 데 12조원을 배분했다. 올해의 경우 수출 부진과 메르스 충격이 함께 나타나 경기 침체 우려가 훨씬 큰 만큼 세출 확대 추경 규모가 14조~15조원까지 높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성장률을 0.5%포인트 가량 끌어올리려면 14조~15조원 가량이 필요하고, 부족한 세수를 채우기 위해 5조~10조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세출 규모를 늘린다면 경기 부양 효과가 높은 SOC, 지역경제 활성화, 중소·수출기업 지원, 일자리 사업 등에 재원이 집중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가뭄으로 인한 농가 피해 보전을 위해서도 일부 재원이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추경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면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2013년 추경은 4월부터 추진돼 5월 초에 국회를 통과했다. 예산 집행을 위해 6개월 이상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6월 말 추경을 결정하더라도 실제 예산 집행은 9월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