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세의 젊은 나이에 화가로 예술혼을 불사르다 생을 마감한 故 장호 작가의 1주기 추모전 ‘반달로 떠서’가 13일부터 17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펼쳐진다.

추모전은 암투병 속에서도 붓을 놓지 않던 장호 작가의 일대기를 정리하는 유작 1,170여점(아크릴 및 유화 100여점, 책 그림 800여점, 신문연재그림 120여점, 드로잉 150여점)으로 구성됐다.
전시는 장 작가의 작품을 시기별로 나누어 그를 추억한다.

▲아리랑, 목판채식 1989

초기 1986~89년에 장 작가는 통일을 주제로 다소 낭만적이고 감상적 인식으로 접근해 상징적인 구상의 유화와 목판화를 그렸다. 1990~92년에는 사실적 리얼리즘 형식의 아크릴 릭 위주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어 1994년부터 4년여 간은 전통과 현대, 동서양을 아우르는 변형을 시도한다. 내용적으로 보면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회현상들을 풍자와 고발을 통해 해학적이며 자유로운 작업들을 선보인 작품이다.

또한 2000년부터는 ‘한국인물작가회’를 통해 인물작업에 집중한다. 주로 아내와 딸, 지인을 모델 삼아 작업을 시도한다. 캔버스 천, 비단, 한지 등을 서서 동서양의 재료와 기법을 아울렀다.


장 작가는 “내면으로 흡입되는 인물정신을 담보로 시적으로 승화되는 듯 한 초상화를 그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나비잠, 종이에 먹 아크릴 2006

길가다 마주치는 아이에게조차 사랑이 넘쳤던 장호 작가는 2005년부터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아이들이 보고 읽을 책그림 작업에 몰두한다. 장 작가의 그림책에는 사람과 꽃, 나무와 새, 하늘, 바다를 그리면서 자연(동물)과 사람의 상생에 대한 작가의 철학이 담겨있다.


특히 그림책에는 어려움 속에서도 맑고 순수하게 성장해 나가는 인물들을 수채, 소묘, 펜, 등을 써서 따뜻하고 정감 깊은 한국적 정서를 표현했다.

장호 작가는 1962년 김제에서 태어나 1981년 군산제일고, 1987년 홍익대를 졸업했다. 1990년대에는 엄혹한 군사독재와 맞서 서울민족미술인협회 노동미술위원회 소속으로 ‘노동미술전’, ‘조국의 산하전’ 등에 참가했으며 2005년 동화책 원화를 그리기 시작해 2009년에는 ‘달은 어디에 떠 있나?’로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됐다.

2010년에는 ‘강아지’로 한국아동도서전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에는 한겨레신문 연재소설 ‘소금’(박범신 작)의 삽화를 맡아 작업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던 중 암으로 투병하다 2014년 6월 23일 사망했다.

 /고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