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는 반갑고 기쁜 뉴스만 보고 듣고 싶은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세상은 요지경 속이다. 착한 사람보다 악한 사람이 많고, 행복한 사람보다 불행한 사람이 많은 까닭이다. 그리고 꿈꾸는 사람보다 꿈꾸지 않는 사람이 많은 까닭이다.

사람에게는 자유의지가 있으나 그 자유의지라는 것이 미덥지 않다. 자유의지는 자기 자신과 관련해서만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 자유의지의 힘이 너무 미약함을 느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개인은 국가에 속해 있고 사회에 속해 있고 단체에 속해 있다. 그리고 하다못해 가족에 속해 있다.
@연초부터 고통이 되는 뉴스를 생산하는 것은 인간의 한계이다. 아니, 그보다는 인류의 한계라고 말해야 공감대가 넓을 것 같다. 이름도 없고 얼굴도 없는 이들이 생산한 기쁨은 뉴스로서의 네임 밸류가 낮다. 시골의 어느 촌부가 선행을 했다고 해서 그게 세상 끝까지 전파를 탈 이유는 없다. 그 촌부의 공덕이 컸다고 해도 직접 관계가 있는 피붙이와 친구에게만 감동의 파문을 일으킬 뿐이다. 

팔레비 전 이란 국왕의 막내 아들이 죽었다는 뉴스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름은 알리레자 팔레비. 나이는 마흔 넷. 그의 죽음이 자연사였다면 세상이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미국 보스턴에 있는 자택에서 권총 자살을 한 것이다. 그에게는 자살할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었을 테지만 그래도 그가 던진 충격의 파문은 오래 가지 않는다. 팔레비 가문에게는 그게 역사가 될지 몰라도 다른 나라의 보통 사람들에게는 궁금증 외엔 특별한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카이스트의 한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대서 술렁이고 있다. 그는 공고 출신으로서는 처음이었다. 학사경고를 받았다지만 그는 로봇 영재로 각종 대회를 석권했었기에 장래가 촉망됐었다. 참으로 아깝고도 안타까운 일이다. 오죽하면 신문마다 크게 기사화하고 어떤 신문은 또 사설로도 다루었을 것인가. 그를 자살로 몰고 간 사유가 무엇이든 그는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다.
@이 글을 쓰고 나니 좀 우울하다. 귀가하면 베토벤의 교향곡 <운명>을 들어야겠다. 그리고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를 다시 읽어 보아야겠다. 나도 힘내야 하기 때문이다. /논설위원 이 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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